최태원 "한일 경제공동체 구축 논의 시작해야"
도시경제채널
news@dokyungch.com | 2025-09-22 09:49:35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한 무역 협력 수준을 넘어, 양국이 경제적 운명을 공유하는 통합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간 무역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 공동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검토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일본과는 느슨한 연대가 아니라 EU와 같은 완전한 경제공동체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공동체가 가져올 효과로 사회적 비용과 경제안보 비용 절감을 꼽았다. 또한 “양국이 공동의 룰세터(국제 표준 제정 주도자)가 될 수 있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많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는 협력의 핵심 축으로 지목됐다. 그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한일 양국이 함께 움직인다면 큰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현재 일본 NTT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IOWN(아이온)’용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 회장 역시 “일본에 투자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한 환경을 고려해 “투자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기업인들이 모여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국 기업 간 실질적 연대 강화를 위한 물밑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발언을 두고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으로 한일 관계가 흔들리고, 그 여파가 경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쳤던 만큼 먼저 신뢰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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