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지구 재개발 놓고 정부–서울시 갈등 격화

윤현중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2-18 12:31:40

대통령 업무보고 발언 이후 오세훈 시장 강력 반발… 서울시 “법적 근거 없는 규제 확대, 수용 불가”

[도시경제채널 = 윤현중 기자] 세운4지구 개발과 종묘 경관 보존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다시 불거지며, 도시개발·문화유산 보존 정책 전반으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유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세운지구 개발과 종묘 경관 보존 문제를 언급한 이후, 서울시와 정부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국가유산청 업무보고에서 국가유산청장에게 “종묘 때문에 논란이 있다”고 질의하자, 허민 청장은 세운4구역 개발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발언은 세운지구 개발뿐 아니라 강북권 정비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서울시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국가유산청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 대통령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의 미래 도시개발이라는 중대한 의제가 너무 가볍게 다뤄졌다”며 대통령과 국가유산청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국가유산청장이 법령 개정만으로 세운지구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한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특정 기관의 편향적 시각으로 도시계획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북의 꿈을 가로막는 시도에 시민과 함께 맞서겠다”며 정부의 접근 방식이 서울시의 ‘다시, 강북 전성시대’ 전략과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18일 별도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가유산청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는 “세계유산법은 이미 시행 중이며, 현재 논의되는 것은 시행령 개정일 뿐”이라며 “영향평가 대상은 법률에서 정하고 있고,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지구 밖에 있어 시행령 개정만으로 영향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구 외 지역에 규제를 적용하려면 별도의 행정 고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시행령만으로 개발이 제한되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행정 절차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권고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국제기구의 권고가 국내 법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국가유산청과 합동 경관 시뮬레이션 등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종묘 경관 보존과 세운지구 개발을 둘러싼 논쟁을 기술적·객관적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세운상가에서 주민간담회 하는 오세훈 시장 /도시경제채널 자료사진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단순한 개발 구역 논쟁을 넘어 도시계획 권한, 문화유산 보존 기준, 법령 해석 등 다층적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미비한 시행령을 근거로 규제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해 서울의 미래 도시 전환을 가로막는 시도에 시민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보존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세운4지구 개발을 둘러싼 이번 논쟁이 향후 서울의 도시개발 정책과 국가 문화유산 관리 체계 뿐 아니라,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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