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제업무지구, 정부 공급 확대에 시민 반발 ‘근조화환 시위’
윤문용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2-04 18:57:52
도시 기능 훼손·사업 지연 가능성 지적…SNS·국토부 앞에도 근조화환 반대 확산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들의 반발이 집단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개발 부지 현장에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세워졌고, 주민들은 초고밀 주거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국제업무지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근조화환으로 드러난 시민 반발…“초고밀‧인프라 부족 우려”
4일 용산역 뒤편 국제업무지구 부지에는 ‘원칙 없는 공급을 애도함’, ‘졸속 행정 속 학습권 사망’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줄지어 설치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올바른 조성과 도시 기능 수호를 위한 주민 모임’이란 이름의 단체는 정부의 공급 확대 방침이 국제업무지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집단 시위를 벌인 것이다.
실제 용산구 주민들은 1만 가구 공급 시 초소형 주택 위주의 초고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가구 수 증가에 따른 상주 인구 급증은 학교·도로·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을 불가피하게 만들며, 사업 지연 가능성도 높인다는 우려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닭장 아파트 될 것”…정부와 지자체 이견심화
오 시장은 3일 성수 삼표레미콘 부지 행사에서 “용산은 서울의 마지막 알짜 국제업무지구”라며 “종자 씨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처럼 본질을 외면한 공급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면적에 6,000가구가 들어갈 곳에 1만 가구를 밀어 넣으면 닭장 아파트가 될 수밖에 없다”며 주거 질 저하를 경고했다.
서울시는 당초 주거 비율을 40% 이하로 제한한 6,000가구 공급안을 마련했으며, 국토부와 협의해 최대 8,000가구까지 확대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1만 가구 공급을 확정하면서 양측 간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오 시장은 “계획 변경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정부도 임기 내 공급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업무지구 본질 훼손 논란…반대 주민들 목소리 결집 예정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업무·상업·컨벤션·문화 기능을 집적하는 국가전략사업으로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주거 비중이 과도하게 늘면 국제업무지구의 본질이 약화돼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주민들은 5일 서울시 주최 ‘용산 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주민 대토론회’와 6일 용산구 주관 ‘반대 대책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집단 반발은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NS에서 확산되는 반대 목소리…과천도 반발
SNS에서도 반대 의사가 활발히 표현되고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에 근조화환 100개가 모였다”는 게시글이 공유되며 온라인 여론이 확산됐다. 일부 시민은 “닭장 공급”이라는 표현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는 과천 경마공원 이전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였다. 이는 용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정치적 파장 가능성…공급 확대와 도시 기능 사이의 갈등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반대 움직임이 오히려 정부의 강경 추진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반대가 있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주택 공급 문제가 아니라 도시 기능과 국가 전략사업의 본질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 반발과 서울시의 우려,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가 맞서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