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시대 KT, 정치 외풍 속 길 잃은 통신 강국 꿈
유주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1-30 09:10:52
[도시경제채널 = 유주영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27일 하루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성명이 나오면서 논란을 부추기는 등 '복마전' 양상이다. 현재 KT 대표 선임을 둘러싼 논란들은 과거 민영화 이후 반복됐던 '잔혹사'의 데자뷔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특성을 악용해 정치권이 개입해 온 악습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KT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1. '주인 없는 회사'의 저주, 반복되는 잔혹사
KT는 2002년 민영화를 마친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특정 오너가(家)가 지배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러 주주가 소유한 분산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자리를 정치적 전리품처럼 여기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역대 CEO들은 하나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치적 외압과 검찰 수사 압박 속에 물러났다. 이는 기업의 독립성과 장기적인 비전을 꺾는 치명적인 악습이다.
2. AI 시대, 통신사의 역할은 국가 인프라의 핵심
과거의 KT가 단순히 전화선을 연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AI 시대의 KT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이다. 초고속 네트워크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산업의 혈관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통신 리더십의 부재는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KT는 단순한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기간망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의 불안정은 기업을 넘어선 국가적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3. 현 선임 절차의 '깜깜이' 논란과 정치권의 민낯
현재 진행 중인 차기 CEO 선임 절차는 이러한 엄중한 시대를 외면한 채, 과거의 오명을 씻기는커녕 '복마전'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비공개 심사를 고수하며 투명성 논란에 휩싸였다. 33명의 후보군 중 누가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주주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여기에 특정 후보와의 유착 의혹이나 '이권 카르텔' 지적까지 나오면서, 절차적 공정성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겉으로는 전문성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4. 반복되는 악순환,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주주에게
이러한 정치적 외풍과 불투명한 인선 과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KT라는 기업과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CEO가 정권의 임기 보조를 맞추듯 바뀐다면, 누가 책임감을 갖고 AI 시대에 필요한 대규모 장기 투자를 단행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리더십의 불안정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며, 결국 국민 통신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대한민국의 기술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5. 이제는 끊어야 할 악연, 투명성과 전문성이 답이다
KT는 더 이상 정치권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차기 CEO 선임 과정은 과거의 악습을 끊어낼 마지막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 입김을 완벽히 차단하고, 오직 통신 분야의 전문성과 AI 시대에 걸맞은 통찰력, 경영 능력을 갖춘 인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출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KT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기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KT가 진정한 민간기업으로 거듭나며, 대한민국의 AI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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