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못 사도 '공부'는 한다… 韓 '임장 크루' vs 美 '공동 구매'

윤문용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2-16 09:58:21

- 한국 20대, "언젠가 올 기회 잡자" 유료 강의·임장 데이트 열풍
- 미국 Z세대, "혼자선 불가능" 형제·친구와 자금 합쳐 공동 소유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한국과 미국의 20대 청년들에게 '부동산'은 더 이상 부모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의 Z세대가 현장을 돌며 실력을 쌓는 '학습형'이라면, 미국의 Z세대는 구매를 포기하거나 타인과 손을 잡는 '실전형'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韓 20대, 집은 못 사도 '임장'은 필수… "취미가 부동산 공부"

최근 한국의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주말에 임대료와 집값을 파악하러 유망 지역을 도는 '임장(臨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 엑스와 같은 SNS서비스를 보면 당장 집을 살 계획이 없어도 경험을 쌓기 위해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임장을 인증하는 게시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강사와 함께 단지를 도는 '원데이 임장 클래스'가 등장했고, 수강료가 10만 원에 육박함에도 인기 지역은 매진되기 일쑤다. 연인끼리 함께 임장을 가는 '임장 데이트'도 유행이다. 자산 격차의 원인이 부동산이라는 인식 아래 청년들이 절망감을 학습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재개발 구역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임장 모임' / 연합뉴스


 美 Z세대, "혼자는 무리"… 친구·형제와 손잡는 '코-바잉(Co-buying)'

반면 미국 Z세대는 학습보다는 '구조적인 대안'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주택 소유자의 22%가 형제자매와 공동으로 집을 구매했다. 이는 2023년(4%) 대비 약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들은 치솟는 집값과 7~8%에 육박하는 고금리 장벽을 넘기 위해 '팀'을 꾸린다. 뉴욕타임즈는 성인 Z세대의 3분의 1이 친구나 가족과 자금을 합치는 '코-바잉(Co-buying)' 전략에 긍정적이라고 전하며, 전통적인 '1가구 1주택' 개념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 2025 NEXTGEN HOMEBUYER REPORT 


주택 포기하고 '주식'과 '둠스펜딩'으로 향하는 발걸음

주택 시장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투자 방향을 과감히 돌린다.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 자료에 따르면 25~39세의 투자계좌 자금 이체 비중은 2023년 기준 14.4%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으며, 특히 26세의 경우 2015년 8%에서 2025년 5월 40%로 급등했다. 이는 퇴직연금 계좌를 제외한 수치로, 연구책임자 조지 에커드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첫 주택 구매자가 됐을 이들 사이에서 놀라운 개인투자 성장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저축 대신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둠스펜딩(Doomspending)'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포춘은 "열심히 일해도 내가 사랑하는 집을 살 수 없다"고 응답한 미국 Z세대가 46%에 달한다며, 이들이 저축 대신 고위험 투자나 여행 등 즉각적인 보상에 수입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식은 달라도 본질은 '주거 불안'

한국의 '임장 열풍'이 언젠가 찾아올 부동산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면, 미국의 '코-바잉'과 '주식 올인'은 기존 시스템 내에서의 변칙적인 생존 전략이다. 두 국가의 Z세대 모두 2026년 현재까지 이어지는 높은 주거비 부담 속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과 코리안 드림을 재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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