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호지역의 공급 신호가 끊긴 서울, 부동산 정책의 핵이 비었다

유주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0-17 10:09:25

유주영 기자 

서울의 집값은 잠잠하지 않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대출을 옥죄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상승을 예고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 신호가 끊겼기 때문이다. 향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각종 규제 속에 멈춰 있다.

정부가 내놓은 10·15 대책에서도 공급에 관한 내용은 거의 실종됐다. 이번에도 빠진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공급의 로드맵’이었다.

시장 심리는 규제보다 ‘희소성’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수요 억제책은 오히려 ‘지금 사야 한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반년이 지났지만, 상승률은 여전히 전국 최상위권이다.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수요는 계속 유입되는데, 공급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규제는 단기적 진정을 가져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희소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서울은 이미 ‘공급 공백기’에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 해제되거나 취소된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28만가구에 달한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하지만 현 정부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공공기여 등 정비사업의 걸림돌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지역만 늘리고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불씨를 옮겨 놓는 일에 불과하다. 공급의 출구가 막힌 시장에서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값을 누르는 정책’이 아니라 ‘집을 지을 수 있는 정책’이다. 정부가 진정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선호 지역의 정비사업을 정상화해 공급 시그널을 복원해야 한다.

공급이 사라진 시장에서 규제는 불씨를 잠재우지 못한다. 정책의 핵은 규제가 아니라 공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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