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사 나가면 대항력도 끝”…대법, 임차인 보호 원칙 다시 확인
도시경제채널
news@dokyungch.com | 2025-10-17 12:05:36
[도시경제채널 = 도시경제채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비운 뒤 임차권등기를 해도 더 이상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차인이 점유를 잃는 순간 대항력의 효력도 함께 소멸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17일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은 ‘대항력 유지의 기본’을 다시 상기시킨 사례”라며 “임차권등기를 하더라도 이미 이사를 나갔다면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5일 선고한 ‘2024다326398’ 판결에서 “임차인이 주택을 비운 뒤 임차권등기를 마쳐도 경매 매수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차권등기 이후라도 주택 점유와 전입신고 요건이 유지되지 않으면 대항력이 단절된다는 의미다.
사건의 발단은 임차인 A씨가 전입신고와 입주를 통해 대항력을 취득했지만,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을 떠난 뒤 임차권등기를 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자 A씨 측은 새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은 대항력 취득뿐 아니라 유지에도 계속 필요하다”며 “점유가 끊긴 뒤 임차권등기를 마쳐도 그 효력이 소급되지 않고, 새로 발생하는 대항력은 이전의 것과 동일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점유를 잃는 순간 임차인의 순위는 근저당권 등 담보권자보다 뒤로 밀리고, 경매 시 함께 소멸한다는 뜻이다.
엄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보증금을 못 받아도 일단 이사부터 가고 나중에 임차권등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판결은 그 순서가 치명적임을 보여준다”며 “법은 형식을 중시하고, 대항력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유지하려면 그 형식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차인을 위한 구체적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먼저 이사하지 말고 주택에 거주한 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등기가 실제로 완료됐는지 등기부등본으로 반드시 확인한 뒤에 이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를 신청했다고 안심하는 세입자들이 많지만, 신청과 등기 경료 사이의 공백기에 점유를 잃으면 대항력도 함께 사라진다”며 “하루 이틀, 순서 하나 잘못 밟아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세운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요구하는 대항요건의 기본 원칙을 다시금 명확히 한 것이다. 엄 변호사는 “결국 기본을 지키는 게 최선의 방어”라며 “대항력은 점유와 전입신고라는 두 기둥 위에서만 유지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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