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닭장’이라는 비하가 남긴 상처, 주거의 가치를 먼저 보라

김학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2-08 12:06:35

[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정치권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공급 대책을 두고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닭장’이라는 표현이 다시금 등장했다. 고층·고밀도 개발을 비판하기 위한 수사(修辭)라지만, 그 안에는 공간을 넘어 그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시민들에 대한 존중이 빠져 있다. 비판의 화살이 정책이 아닌 ‘삶의 터전’ 그 자체를 향할 때, 그 언어는 혐오가 된다.


기사 이래를 돕기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닭장’이라는 비유는 명백한 주거 비하다.

닭장은 생명이 아닌 효율만을 위해 짐승을 가두는 비좁은 공간을 뜻한다. 이를 적은 평수의 공공임대 아파트나 고밀도 주거 단지에 투영하는 것은, 그곳을 선택하고 생활하는 시민들의 삶을 ‘닭의 생존’ 수준으로 격하하는 행위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 정치적 수사 속에서 순식간에 기피 시설로 전락하고 만다.


정치인은 언어의 무게를 직시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과 박주민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정책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 단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실제 그 공간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자존감은 철저히 소외됐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설계의 비효율성이나 인프라 부족에 집중되어야지, 주거 형태 자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닭장’은 시민들에게 ‘너희는 열악한 곳에 살고 있다’는 낙인을 찍는 폭력과 다름없다.


고밀도 개발은 도심 주택난 해소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직주근접 수요를 고려할 때, 도심 고층 주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이를 단순히 ‘닭장’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대 도시가 직면한 복잡한 주거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다양한 주거 형태의 공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주거의 가치는 평수나 층수가 아닌 그 안에서 영위되는 ‘인간다운 삶’에 있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시민의 주거 환경을 걱정한다면, 자극적인 비유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밀도 높은 공간 안에서 쾌적한 커뮤니티와 공공성을 확보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고, 정치인의 언어는 사회적 시선을 결정한다.

‘닭장’이라는 표현은 주거 형태에 따른 계급화와 차별을 정당화할 위험이 크다.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의 삶터를 비하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이제 ‘닭장’이라는 단어를 거두고 ‘공생의 공간’을 논해야 할 때다. 

주거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말 잔치가 아니라, 시민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하기 때문이다. 비판의 칼날은 날카롭되, 그 끝이 시민의 심장을 향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