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넘으면 대출 뚝”...서울 초고가 아파트 ‘가격 하방’ 압력 거세

유덕부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3-22 17:19:24

대출 한도 4억 맞추려 몸값 낮추기… 매물 두 달 새 42% 급증
15억 이하 ‘쏠림’ 가속화, 성동구 등 한강벨트 급매물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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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 매물 증가라는 ‘삼중고’를 맞으며 휘청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준선인 25억원을 넘기지 않으려는 이른바 ‘하방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큰 15억원 이하 단지로 매수세가 쏠리는 시장 재편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5억 대출 벽’에 가로막힌 초고가 단지… 여의도 대장주도 ‘털썩’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급지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최근 25억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작년 ‘10·15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현재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하지만, 25억원 이하로 내려오면 4억원까지 가능해진다.

실제로 여의도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전용 60.96㎡)는 지난 17일 24억원에 거래됐다. 불과 하루 전 25억 3천만원에 팔렸던 것보다 1억 3천만원 낮은 금액이며, 지난해 고점(26억원) 대비 2억원이나 하락했다. 여의도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한도를 2억원 더 확보하려는 매수자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가격이 25억원 선 아래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양도세·보유세 압박에… 성동구 매물 2배로 늘어

매물 증가세도 가파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80건으로, 지난 1월 하순 대비 두 달 만에 42.4% 급증했다. 특히 한강변 인기 지역인 성동구(93.8%), 강동구(76.5%), 송파구(69.2%)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가 임박한 데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7% 급등하며 보유세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불가 방침을 명확히 한 이후, 차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느니 차라리 가격을 낮춰 급매로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억 이하 단지에 매수세 집중… 서울 거래 10건 중 9건

상급지의 가격이 눌리는 사이, 대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15억원 이하 시장은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342건 중 86.1%(1,156건)가 15억원 이하 거래였다. 한강 이북 14개 구의 경우 이 비중이 무려 94.3%에 달한다.

현행 규정상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담대를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들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며 상급지와의 격차를 줄이는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5단지(전용 114.93㎡)가 이달 14억 5천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 “당분간 관망세 속 단기 급등 지역 조정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수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토스 이재윤 대표는 “매수자들이 대출 한도에 맞춰 25억원 이하 매물을 찾으면서 시세가 규제 커트라인에 맞춰 형성되고 있다”며 “다만 전체적인 하락보다는 급매물 위주의 상승 둔화 단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보유세 부담이 적고 대출 활용도가 높은 15억원 이하 단지의 키 맞추기는 지속되겠지만, 최근 가격이 단기에 급등하고 매물이 늘어난 지역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 차이로 인해 당분간 거래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시지가 발표 후 세금 증가에 부담을 느낌 급매물 가격이 고쳐 표시한 한 부동산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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