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극 3특'의 질주, 소외된 지역의 '그늘'은 누가 살피나
유덕부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2-17 17:32:27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토 재편 전략인 '5극 3특' 체제가 거침없는 속도로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주요 권역의 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속속 넘어서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초유의 '통합단체장' 선출까지 눈앞에 둔 시점이다.
하지만 거대 메가시티 탄생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편에는 '통합'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차별과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깊게 배어 나오고 있다.
'통합'이 낳은 새로운 계급, "우리는 어느 나라 국민입니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통합지역과 비통합지역 간의 자원 쏠림이다. 정부는 통합특별시당 연간 최대 5조 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이 결국 '덩치를 키운 곳'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통합 권역에 포함되지 못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나, 지리적·정치적 여건상 독자 생존을 택해야 하는 중소 도시들은 벌써부터 "통합되지 못한 죄로 2등 시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박탈감을 호소한다. 메가시티 내부에서도 '중심지'로의 자원 집중 현상이 발생할 경우, 통합 권역 내의 소외 지역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빠른 소멸을 맞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여전한 반대 목소리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 내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현재의 통합 논의가 주민들의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정치적 결단'과 '예산 확보'라는 실리적 목적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정치의 계산기는 현재의 가치만을 두드리면서 미래는 시계 밖이다. 통합이 낳을 갈등, 행정 혼란, 지역 정체성의 균열, 기초지자체의 소외 등 되돌릴 수 없는 제도적 위험은 대부분 통합 후 몇 년을 두고 나타난다." [곽현근 교수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 통합이 단순한 '덩치 키우기'를 넘어, 기존 지자체가 보유했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정서적 거부감도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각자도생'식 통합 대신 '국가 구조' 자체를 바꿀 때
근본적인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특정 지역들이 선착순으로 통합해 혜택을 가져가는 방식이 과연 진정한 균형발전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처럼 지자체들이 정부의 인센티브를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합에 나서는 구조는 결국 '각자도생형 지역주의'의 변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제는 특정 지역의 통합 여부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행정·세제·권한 체계를 근본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한 구역 합치기가 아닌, 중앙정부의 권한을 전국 모든 지역에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 확대',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소멸 위기 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소득 및 기본서비스망 구축' 과 같이 전체적인 구조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5극 3특'은 자칫 힘 있는 지역들만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정상적이지 않은 부동산 시장"을 향해 연일 매서운 경고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국토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 역시 그만큼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6월 선거를 향한 속도전보다는, 통합에서 제외된 이들의 눈물과 통합 이후 가려질 작은 마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교한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의 미래는 거대 도시의 화려한 조감도가 아니라, 소외된 변두리에서도 평등한 기회를 누리는 국민의 삶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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