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정숙 변호사, “임차권등기 이전 이사 땐 대항력 사라진다… 시점 관리가 핵심”

김학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1-24 10:54:49

엄정숙 부동산 변호사 

[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등기 전에 집을 비우면 기존 대항력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 2024다326398 판결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더라도 등기 완료 이전에 이사해 점유를 상실하면, 기존에 형성된 대항력이 소멸하고 등기가 뒤늦게 이뤄져도 과거 효력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법리를 분명히 했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지만, 등기 완료 전에 이미 새 거처로 옮겨 기존 주택의 점유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후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강제경매가 진행되자, 경매매수인은 임대차관계 승계를 부정하며 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매수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대항력이 소멸한 시점과 등기 성립 시점을 엄격히 구분했다.

판결에서 강조된 핵심 문장은 “등기 이후에야 대항력이 새로 형성된다”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대항력의 유지 요건은 단순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이 아니라 ‘점유의 지속’이라고 명확히 했다. 임차인이 등기 이전에 점유를 잃으면 과거 대항력은 사라지고, 임차권등기가 뒤늦게 성립하더라도 효력은 등기 시점부터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매매수인의 지위를 판단하면서도 이러한 구조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기존 대항력이 등기 이전에 이미 소멸했기 때문에, 경매매수인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임차권등기가 신청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경매 이후의 권리 승계를 좌우할 수 없고, 오직 등기부에 등기가 기재된 시점부터만 새로운 대항력이 생긴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흐름은 실무에서 임차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을 분명히 한다. 신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등기 완료 이전에 이사하거나 점유를 해제하면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차권등기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을 위한 권리 보전 장치지만, 그 효력은 등기 완료 시점에 의해서만 시작된다. 따라서 신청 → 심문 → 결정 → 등기 기재까지의 절차 중 어느 한 단계도 대항력을 형성하지 않는다.

24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은 임차권등기의 보호가 ‘신청 단계’가 아니라 ‘등기 완료’ 시점에서 비로소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분쟁이 예상되면 점유·전입·등기 시점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세사기나 역전세 상황에서는 등기를 늦추거나 이사를 서두르게 되면 대항력 공백이 발생해 보증금 회수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2024다326398 판결은 임차인이 전세금 반환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결국 실무의 결론은 명확하다. 신청만으로 권리가 생기지 않고, 등기가 완료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대항력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전까지의 시간은 임차인의 권리가 가장 취약한 공백 구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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