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 최대 규모 ‘목동 재건축’, 수주전 개막 

박준범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8-31 11:15:34

미니 신도시급 4만7000여가구 정비사업 시동
총 14개 단지서 대형 건설사 ‘쟁탈전’ 사활

[도시경제채널 = 박준범 기자] ‘목동’이라고 하면 ‘학원가’가 떠오른다. 1980년대 신시가지 개발과 함께 전문직과 회사원 등 교육열이 높은 주민들이 대거 유입됐고, 그 수요에 맞춰 자녀 교육을 위한 학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목동은 서울 내 대표적 ‘학군지’로 자리 잡았다.

도시 개발과 함께 조성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그러나 약 40년의 세월을 거치며 노후화돼 현재 14개 단지 전체가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2만6000여세대 수준이던 주거단지는 4만7000여세대 규모로 탈바꿈하는 만큼 서울 내 ‘재건축 대어’에 꼽힌다. 이에 본지는 현재 시공사간 물밑 경쟁이 치열한 목동 신시가지 일대를 직접 찾아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7단지 전경. [사진=도시경제채널]

민심 파악부터 라운지 개관까지 ‘건설사 각축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우선 압도적 면적을 자랑한다. 양천구에 따르면, 14개 단지를 합한 총 면적은 203만7918.7㎡로, 이는 축구장 280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다. 방대한 단지 곳곳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내건 홍보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시공사 선정 단계에 돌입하지 않은 단지에도 ‘랜드마크’ 등의 문구를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각인시키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건설사들은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바닥 민심부터 훑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IPARK현대산업개발도 다녀갔고, 대우건설 직원들도 수시로 오간다”라고 말했다. 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1~2년 전부터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단지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건설사들은 목동 중심부에 전초기지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라운지’ 형태의 홍보관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7·10단지 인근에 ‘디에이치 목동라운지’를, 롯데건설은 7단지 인근에 ‘목동 르엘 라운지’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8단지 인근에 ‘목동 써밋 라운지’를 개관했다. 이외 대형 건설사들도 홍보관 운영을 검토 중에 있다.

형남호 대우건설 강서영업지사 소장은 “써밋 목동 라운지는 일방적 정보 전달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향후 재건축 청사진을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다”라고 말했다.

현장 홍보와 더불어 언론을 통한 여론전도 뜨겁다. 현대건설은 최근 해외 유명 건축사와의 협업 소식을 알리며 10단지 수주 의지를 다졌고, 대우건설은 글로벌 디자인 그룹과의 조경 특화 협력을 발표하며 8단지 표심잡기에 나섰다. GS건설도 신한은행과의 협력 소식을 전하며 12단지를 ‘정조준’하고 있고, DL이앤씨는 목동6단지 수주 여세를 몰아 목동14단지까지 넘보고 있다.

“화려한 외관보단 내실”…깐깐해진 주민 ‘눈높이’

건설사들의 치열한 구애 속에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시공 조건과 선호 브랜드도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14개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4단지의 한 주민은 “우선은 네임밸류가 뛰어난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한다”며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지켜본 각 건설사의 마감 품질과 하자 발생 건수 등을 꼼꼼히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화려한 제안보다 정비사업 파트너로서의 ‘책임감’을 중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승원 목동5단지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은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입찰 당시의 약속을 끝까지 이행할 수 있는 시공사를 바란다”며 “문제 발생 시 회피하지 않고 책임감있게 소유주 입장을 대변해 줄 파트너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실현 불가능한 무상 제공이나 금융 혜택을 남발하게 되고, 이는 결국 시공사 선정 후 공사비 증액이나 계약 조건 변경으로 이어진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촉발되고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건전하고 책임감있는 시공사 선정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시공사 선정을 끝낸 곳은 6단지(DL이앤씨)가 유일하고, 10·12·13단지가 입찰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나머지 10개 단지는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향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7·14단지 ‘전략단지’, ‘나눠먹기식 수의계약’ 우려도

목동 재건축 구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른바 ‘전략 단지’로는 5·7·14단지가 꼽힌다. 

14단지는 현재 3100세대에서 재건축 후 5123세대(임대 729세대)로 늘어나는 압도적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5단지 역시 기존 1848세대에서 3823세대(임대 564세대)로 2배 이상 체급을 키우며, 일반분양 물량이 기존 세대수 대비 90% 이상 쏟아져 나와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7단지는 재건축 후 4341세대(임대 431세대) 규모로 탈바꿈하고, 특히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오목교역을 품고 있어 역세권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14단지는 현재 DL이앤씨, 롯데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고, 5단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7단지는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그러나 건설사간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한 암묵적 ‘나눠먹기’가 우려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특정 대형 건설사가 특정 단지를 선점했다는 기류가 형성되면 타 건설사들이 수 백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과 리스크를 피하고자 입찰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경쟁이 아닌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이 맺어지면, 결국 조합원에게 유리한 특화 설계나 공사비 제안 기회가 사라져 입주민의 피해로 귀결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6단지는 DL이앤씨의 두 차례 단독 입찰 끝에 수의계약이 결정됐고, 10단지 역시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핵심은 ‘책임 준공’, 주민 신뢰 얻어야

사업 일정에 따라 건설사간 수주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재편될 전망이다. 전략 단지에서 시공권을 놓친 건설사들은 남은 사업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주민들은 무엇보다 ‘책임감있는 준공’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 많은 정비사업지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이자 전재산이 걸린 중차대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열 경쟁 속 부풀려진 공약이나 밀실 협상을 통한 ‘나눠먹기식 수의계약’은 지양돼야 한다. 건설사들이 주민의 신뢰에 부응하는 공정한 경쟁과 책임 시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목동은 성공적인 재건축 사례를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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