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서울 전세’…서울 외곽·경기 남부까지 ‘국평 10억 전세’ 확산
유덕부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9-22 19:30:06
과천·분당 이어 광교·안양·광명까지, 경기 남부로 ‘전세난’ 전이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최근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도 남부 핵심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며 ‘국평 1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세 매물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거주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요가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며 임대차시장 전체의 가격 상한선을 끌어 올린 탓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가 11억원, 인근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는 10억3000만원에 각각 전세거래가 성사됐다.
또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10억원)과 노원구 ‘건영 3차’(9억1000만원) 등 강북권 전역에서 10억원 안팎의 고가 전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남부 주요 주역에서도 10억원 전세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해 1~8월 경기도 내 전용 84㎡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227건) 가운데 과천(143건)과 성남 분당구(65건)가 91.6%를 차지하며 상승을 이끈 데 이어 최근에는 수원 광교신도시와 안양·광명까지 고가 전세 대열에 합류했다.
광교신도시 ‘광교중흥에스클래스’와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의 전용 84㎡는 약 3년 만에 다시 10억원대 전세 거래를 회복했다.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10억원), 안양 동안구 ‘평촌엘프라우드’(11억4500만원) 등에서도 10억원을 웃도는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이처럼 서울 외곽과 경기도 남부지역까지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 대출 규제,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이후 지속된 고금리와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PF 위축으로 인해 전국 아파트 착공 및 인허가 실적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본격적인 입주 가뭄과 전세 매물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총 2만553건으로, 1년 전(2만3697건) 대비 13.3% 감소했다. 특히 강북권의 매물 가뭄이 두드러져, 성북구 전세 매물은 440건으로 19.3% 줄었고, 동대문구는 1064건에서 325건으로 1년 만에 무려 69.5% 급감했다.
스트레스 DSR 확대 적용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높은 집값 부담으로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매수 타이밍을 미루고 전세 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약 대기 수요와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준신축·신축 아파트 전세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로 인해 과거처럼 입주 시점에 대규모 전세 물량이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도 깨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세입자들이 급등한 전셋값 부담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2+2년)을 적극 행사하면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신규 전세 매물이 극도로 제한되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시장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해졌다. 비아파트 거주 수요가 대거 아파트 전세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을 한층 더 밀어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서울과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도 남부 핵심지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덩달아 늘어났다. 신분당선, 지하철 4호선, GTX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지고 주거 환경이 우수한 과천, 분당, 광교, 안양 등지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전셋값이 상승하는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북권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에 이은 결과다”며 “전셋값 상승이 서울 강북권 등을 포함한 전역에서 본격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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