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1300억 모듈러교실 입찰담합’ 적발…관계당국 수사 요청
유주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9-14 16:38:15
[도시경제채널 = 유주영 기자]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되는 모듈러교실 납품 과정에서 가족과 친족 명의의 특수관계 회사를 동원해 입찰 담합을 벌인 업체가 무더기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 실태조사’를 실시해 입찰 담합과 직접생산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청, 조달청, 각 시·도교육청 등 관계 기관에 이첩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
권익위에 따르면, ㄱ업체와 ㄴ업체가 지난 2022년 7월~2026년 7월 사이 담합한 규모는 모두 99건(1300억원)으로, 이는 전체 카탈로그 계약 발주 물량 324건의 약 31%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ㄱ업체가 76건 약 1000억원을 수주했고, ㄴ업체는 23건 약 293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ㄷ업체는 입찰담합에 가담했지만 수주 실적은 없어 들러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ㄴ·ㄷ업체는 2020년 ㄱ업체에서 분할된 회사로, 가족·친족들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특수관계 회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러한 특수관계를 이용해 입찰에 반복적으로 참여하면서 가격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 과정에서는 학교가 특정업체의 견적만을 반영해 기초가격을 산정하거나, 특정업체가 학교와 사전에 제안가격을 협의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또 다른 업체가 입찰을 포기하거나 고가로 투찰한 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정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사례도 있었다.
모듈러교실 가격도 카탈로그 계약 방식에서 총액입찰 방식보다 높게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는 카탈로그 계약에서 수요기관이 입찰 참가 업체에 제안가격을 제시해야 하지만, 제안가격 산정 기준이 없어 교육기관이 카탈로그 등록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을 토대로 기초가격을 정하는 구조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듈러교실의 품질관리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계약서와 과업지시서에는 학생과 교사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내공기질을 사용 전 2회 이상 측정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납품업체 부담으로 측정하게 한 뒤 결과를 제출받아 측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ㄱ업체가 계약조건과 달리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ㄴ업체 공장에서 모듈러교실을 생산·납품한 뒤 수익을 분배한 사실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입찰담합 행위 등에 대해 공정위에 특정업체들의 담합행위 조사를, 경찰청에는 직접생산기준 위반과 교육기관 소속 공직자 등의 업무방해 및 입찰담합 혐의 수사를 각각 요청했다. 또 조달청에는 부정당업자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 여부 조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시·도교육청에는 특혜 제공과 관리·감독 소홀 등 계약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규정 위반자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특정업체들의 입찰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며 “모듈러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 및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입찰담합과 품질관리에 대해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권익위는 담합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계약 단계별 제도개선 방안을 조달청과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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