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으로 주거 불안 가중”…청년·고령층·업계 ‘한 목소리’
박준범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8-06 17:14:00
서울시, 정부에 세제·금융·재건축 규제 완화 건의
[도시경제채널 = 박준범 기자] 정부의 세제개편이 전월세 매물 감소와 주거비 상승, 민간 주택공급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무주택 청년, 장기보유자와 공인중개사, 정비사업·민간임대 관계자들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이 현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전문가가 주도하는 발제·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과 현장 관계자의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돼, 실제 시민들이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토론은 정부 세제개편, 전월세시장, 주택공급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세제 분야에서는 장기보유 주택 소유자와 고령층, 비거주 1주택자, 등록임대사업자 등이 세 부담 증가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김준용 서울정비산업연합회 회장은 “오랫동안 보유한 집에서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이나 가족 돌봄·직장 문제로 직접 거주하지 못하는 시민까지 투기 수요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세제 혜택이 축소될 경우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세제개편 과정에서 형평성뿐 아니라 조세 중립성과 국민 수용성, 기존 제도를 신뢰한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월세시장 분야에서는 세제개편과 실거주 요건 강화가 임대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결국 청년과 서민 등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잠실에서 중개업소를 21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준 공인중개사는 “과거 단지별로 50~80개씩 나오던 전월세 매물이 최근 10개 이하로 줄었다”며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임차인을 서울에서 밀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김민정씨는 “부동산을 방문할 때마다 매물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볼 수 있는 집도 한두 곳에 불과했다”며 “세제개편으로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게 되면 어렵게 구한 집에서도 나가야 되는지 불안하다”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처럼 임차가구 비중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 변화가 전월세시장으로 연쇄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택공급 분야에서는 세금과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고, 재개발·재건축 등과 비아파트, 민간임대 등을 가용한 공급 수단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논의가 집중됐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비아파트 공급 주체들이 신규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워졌고, 공급을 위축시킨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같은 규제를 반복해서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택신축판매업자인 이도훈씨는 “대출 규제와 취득·양도 단계의 세 부담으로 비아파트 공급 사업자가 신규 사업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조강태 맹그로브 대표 등 민간임대 관계자들은 공공임대만으로 서울의 다양한 임대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기업형·장기 민간 임대가 주거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법률·금융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아파트와 비아파트·정비사업 유휴부지 등 가용한 공급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호지역의 주택공급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온라인 참여자들도 “고가 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민과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다세대주택 공급이나 전셋값 안정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세제 변화의 영향이 주택 보유자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월세 세입자와 청년, 고령층, 임대주택 공급자에게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민들의 절박한 우려였다”며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빠짐없이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고, 시민들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제도는 분명하게 보완을 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분야별로 정리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비사업과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세제·금융·제도적 요인에 대해서도 개선을 지속 건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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