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충격, 윤활유 등 석유 파생 제품 가격 인상 압박 확산

최강호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4-03 16:43:50

정유 4사 경유 공급가 평균 240원 인상…석유화학 전반 원가 연동 우려

[도시경제채널 = 최강호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대로 치솟았다.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 인상이 휘발유·경유를 넘어 윤활유를 포함한 석유화학 파생 제품군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서울시내 마트의 엔진오일 매대 / 연합뉴스

국제 원유 가격의 급등세가 윤활유를 비롯한 석유 파생 제품군의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인 영향이다. 서울신문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4월 2일 기준 WTI 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2달러를 넘어서며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 급등은 3월 국내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3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으며, 석유류 가격이 9.9% 뛰어 전체 소비자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17.0% 올라 2022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휘발유도 8.0%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휘발유 수요는 승용차에 제한되는 반면 경유는 운송, 물품 등에 쓰이다 보니 상승 폭이 더 컸다" 고 설명했다.

정유사의 공급가 인상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시작됐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집계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세전 공급가격을 일제히 올렸으며, 휘발유 평균 인상 폭은 136.25원, 경유는 240.26원으로 집계됐다. 

연료유 가격 통제는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3월 13일)으로 일부 억제됐지만, 동일한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윤활유와 석유화학 제품군은 이 상한선 적용 대상이 아니다. 윤활유의 주원료인 기유는 원유 정제 과정의 부산물로서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구조여서, 원가 전가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페인트 업계에서 이미 가시화됐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중동 분쟁의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운송 경로 불안정으로 인해 원유 및 납사 수급이 위축되고 있다며, 3월 27일 출고분부터 전 제품 공급 가격을 평균 20% 인상했다. 원유 정제 파생물인 용제·수지·나프타 등을 주원료로 쓰는 페인트 업계의 인상 흐름은 윤활유 업계의 선행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KCC는 이달 6일로 예정했던 건축용·플랜트용·공업용 페인트 제품의 10~40%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혀, 기업별 대응 전략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홍해 우회로로는 운송에 지역적 한계가 있어서 사우디 등 일부 국가의 원유만 들어올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비하면 물량이 훨씬 적다"고 전했다. 대체 수송로 확보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윤활유를 포함한 석유 파생 제품 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원유 수급 차질이 단기에 해소되지 않는 한 2분기 이후 관련 제품군의 원가 부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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