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프랑스 선주 컨테이너선 첫 진입…이란 허가 항로 이용

최강호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4-03 19:16:45

이란 전쟁 발발 33일 만에 서유럽 연계 선박 통과 확인…선사·프랑스 정부 공식 입장 않아

[도시경제채널 = 최강호 기자] 이란의 사실상 봉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선주 소유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 해협 탈출에 성공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운용하는 별도 허가 항로를 이용했으며, 해당 선사와 프랑스 정부 양측 모두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공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유럽 선주와 연계된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3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선박 추적 데이터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를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몰타 선적의 'CMA CGM 크리비'호다. 선박 추적 플랫폼 십넥스트 자료에 따르면 크리비호는 2014년 건조된 약 5,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다. 현지 시각 4월 2일 두바이 인근 아랍에미리트 해역을 출발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통해 선주 국적이 프랑스임을 공개했다. 이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존 국제 통항로 대신 이란 영해에 속한 라라크섬과 케슘섬 사이 수로를 따라 이동했으며, 4월 3일 아침 오만 무스카트 인근에서 신호가 포착됐다.

크리비호가 경유한 항로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사전 심사 조건으로 허용하는 별도 통항 회랑이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이란이 중국·인도·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 선박에 한해 이 경로 이용을 개별 협상 방식으로 허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 지정학 연구그룹(GEG) 집계에 따르면 4월 2일 하루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총 9척으로, 전쟁 이전 일평균 약 150척과 비교하면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CMA CGM은 프랑스 사아데 가문이 지배하는 해운사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가족의 지분율은 73%이며, 창업자 자크 사아데가 레바논 내전을 피해 1978년 마르세유로 이주해 직원 4명과 선박 한 척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자크 사아데가 2017년 아들 로돌프 사아데에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직을 넘기고 이듬해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는 로돌프 사아데가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번 통과를 둘러싼 외교적 맥락도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3월 17일 내각회의에서 "프랑스는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거나 해방하기 위한 작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4월 2일 한국 방문 중에는 로이터 통신에 "무력으로 해협을 여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이란과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란이 크리비호에 공식 통항 허가를 부여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레바논 매체 리브나뉴스는 이번 통과를 공식 승인보다 이란의 '작전적 묵인'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했다.

CMA CGM과 프랑스 외무부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크리비호의 다음 기항지는 콩고공화국의 푸앵트누아르 항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2만 명의 선원이 탑승한 3,200여 척의 선박이 해협 서쪽에 발이 묶여 있다. IMO 사무총장 아르세니오 도밍게스는 3월 6일 공식 성명에서 "약 2만 명의 선원이 페르시아만에서 고조된 위험과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 하에 억류되어 있다. 이는 용납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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