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당 공사비 6년 새 68% 급등, 정비사업 구조적 위기의 문턱에 서다

최강호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4-13 11:12:49

마천4구역 75% 증액 요청에 업계 '연쇄 인상' 우려, 수의계약 관행·외부 변수 취약성 동시 노출

[도시경제채널 = 최강호 기자] 국내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가 6년 만에 68% 급등하며 3.3㎡당 808만원을 기록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수의계약 관행이 맞물리며 공사비 구조가 시장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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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000만원 시대, 예고된 위기인가?

최근 몇 년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공사비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는 현장까지 속속 나오며 공사비가 고공행진 중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도 공사비 및 시공자선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3개 정비사업 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80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평균 공사비를 분석한 결과 연도별 3.3㎡당 평균 공사비는 2020년 480만3천원, 2021년 518만7천원, 2022년 606만5천원, 2023년 687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원자재값에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수직 상승하면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2024년 770만원, 2025년 808만원을 더하면 2020년 대비 6년 새 327만원(68%)이 급등한 셈이다.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서울 강남·한강변 재건축 12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이미 3.3㎡당 976만원으로 '평당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치만 보면 상승 흐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장 구조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더 큰 문제가 자리한다.

연쇄 증액 요청, 마천4구역이 드러낸 현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서울 송파구 마천4 재정비촉진구역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31일 마천4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존 3834억원이던 도급공사비를 6733억원으로 올려달라는 내용으로, 증액 규모만 약 2900억원에 달한다. 3.3㎡당으로 환산하면 기존 584만원에서 959만원으로, 총공사비 기준 75.6%가 증가하는 규모다.

이번 증액은 단지 고급화에 따른 평형 확대 영향으로 설계안이 변경되면서 연면적은 약 4,600평 늘어난 반면, 세대수는 1372가구에서 1254가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층이 3층에서 4층으로 늘어나고, 공사 기간도 34개월에서 44개월로 10개월 연장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를 산출한 2021년 이후 급변한 건설 환경에 따른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 등을 반영했다"며 "최근 서울시내 주요 정비사업의 통상적인 평당 공사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3월 27일 대의원회를 통해 '공사비 적산·적정성 검토 및 공사비 검증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을 마쳤다"며 "조합에서 공사비 협상단을 구성해 시공사가 제시한 도급공사비 증액안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천4구역 외에도 증액 요청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과 등촌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에도 공문을 보내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공기 지연 가능성을 통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조1구역은 공사를 거의 마치고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자재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아 공사비 증액을 불가피하게 요청했다"며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연쇄 인상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증액 요청을 둘러싸고 '고무줄 공사비' 논란도 불거졌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와 마천4 재개발 조합에 각각 1월 28일, 3월 31일에 도급공사비 증액 요청 문건을 발송했는데, 여의도 한양아파트에는 평당 공사비 998만5천원을, 마천4구역에는 959만6천원을 요청했다. 두 사업지의 평당 공사비 격차는 약 39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부 설계와 공사 여건을 고려하면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한양은 지하 5층~지상 57층의 초고층 단지인 반면 마천4구역은 지하 4층~지상 33층 규모로, 아파트 층수가 30층대에서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올라갈 경우 공사비는 단순 산술 계산을 넘어 최소 30%에서 50% 이상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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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84%, 구조가 문제일까

외부 변수만이 문제는 아니다. 공사비 급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수의계약 비율의 급증이 지목된다. 주거환경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방식 중 수의계약 비율은 84%(53개 구역)로 집계됐다. 2020년 52%에서 5년 만에 3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경쟁입찰은 같은 기간 48%에서 16%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시공사 입찰 참여 자체를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수의계약 형태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공사비·인건비 상승, 금융 비용 증가,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시공사 선정 입찰 결과 단독입찰 또는 유찰이 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 진희섭 실장은 "수의계약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조합이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공사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가 문제"라며 "공사비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3의 전문기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협상력 부재는 기존 제도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증액 검증 제도는 2018년 도입됐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도 마찬가지다. 갈등 조정에 나서더라도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이 부담하는 구조여서, 결국 시공사가 협상의 키를 쥐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방식별 공사비 차이도 이를 방증한다. 조합방식 정비사업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815만원으로, 전문 사업관리자가 개입하는 신탁방식(733만원)보다 82만원 높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방식이 신탁방식보다 공사비가 높은 것은 조합이 시공사를 직접 선정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하고, 시공사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기 때문"이라며 "신탁방식은 전문 사업관리자가 공사비를 통제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중동발 자재 쇼크, 공사비를 더 밀어 올리게 되다

공사비 상승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외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원유 도입이 중단된 것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형태로 가공돼 건설 자재 전반에 쓰인다.

현대건설은 최근 정비사업장 조합들에 공문을 보내 "자재 협력사가 유가·환율의 동반 상승, 운송비 증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나프타의 수급 불안 등을 반영해 4월부터 주요 자재 가격을 일제히 10~40% 수준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이 예고된 품목도 광범위하다. 페인트, PVC 플라스틱 자재,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아크릴, 시트지 등 마감재 전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방수재 등 주요 자재 납기도 나프타 수급 차질과 유가 상승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특정 자재는 물량 자체가 부족해 마감 공정을 늦추거나 일시 중단을 검토하는 현장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지난달 공사비 지수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건설 기초 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들썩이고 가까스로 안정세를 보이던 원가율 부담도 다시금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으로 또다시 급등한 원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분담금 폭탄,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나

공사비 급등의 최종 피해는 조합원에게 귀결된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평당 공사비가 800만원을 넘어서면서 30평대 아파트 분담금이 최소 2억원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조합원들이 감당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165가구로 지난해 4만6,353가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연 4만 가구가 적정 공급량으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공급 절벽이다. 서울 입주 물량의 약 90%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구조인 만큼, 정비사업 현장의 공사비 갈등은 공급 전반을 흔드는 뇌관이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원유 수급, 환율 등은 건설공사비와 분양가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며 "분양가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해 산정되는 만큼, 공사비 상승은 건축비에 반영돼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 PF 부담, 공사 진행 속도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며 "'공급 지연-가격 상승' 악순환이 서울 시장의 현실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업 구조, 협상력 없는 조합, 강제력 없는 검증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금, 공사비 문제는 개별 사업장의 갈등을 넘어 도시 공급 구조 전반의 문제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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