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은 아파트 공급 위해 필수불가결... 독립법 제정필요”
윤문용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1-20 10:16:57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 세미나’에서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리모델링이 필수불가결한 수단임을 강조하며,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전문가 토론은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동훈 무한건축 대표(건축사), 임철우 시엘에스이엔지 대표(건축구조기술사),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상무, 황순영 문정시영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이 패널로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황순영 조합장 “사전자문·필로티 규제로 사업 지연…조합 고통 커져”
첫 토론에 나선 황순영 조합장은 “서울시가 2031년까지 3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리모델링만으로도 3만 5천 호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며 리모델링의 공급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재건축만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단지가 많아 리모델링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후 아파트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지연되면 수십만 가구가 슬럼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사전자문 제도와 필로티 설계 해석 문제로 인한 사업 지연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전자문 제도로 인해 사업 속도가 8개월 이상 지체되고, 예산을 추가 편성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며 “필로티 설계를 수직 증축으로 간주해 안전성 검토를 두 번 더 받도록 한 규정은 사업비 증가와 기간 손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가 재배치와 환지 개념 도입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식 상무 “재건축 쏠림 정책 속 리모델링 규제 강화…시장 위기 직면”
이원식 상무는 시공사 입장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2014년부터 리모델링 시장에 참여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최근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위주 정책 기조와 강화된 규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시공사들도 매출 실현과 사업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경영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어 국내 정책의 역행을 지적했다. “미국·유럽·싱가포르 등은 리모델링을 활성화해 장수명 주택을 도모하는데,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며 “재건축 가능 연한은 50년, 리모델링 가능은 17년인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우리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은 원도심 공급 확대와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임철우 대표 “안전성 검토 절차 과도…실무 적용 가능한 기준 마련해야”
임철우 대표는 안전성 검토 절차의 과도함을 비판했다. 그는 “한 개 층 증축으로 하중이 6% 늘어나는 수준인데도 반복 검토를 요구한다”며 “실무적으로는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있는 수준임에도 불필요한 검토가 사업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무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안전성 검토를 “음주단속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이런 방식으로는 시장 활성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행정 과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국토안전관리원 등 연구기관은 평가기관이 아니라 실무 적용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대표 “리모델링 독립법 제정 필요…종합적 체계 마련해야”
이동훈 대표는 법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리모델링은 주택법 내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본래 주택 공급 목적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며 “리모델링 맞춤형 독립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축형·대수선형·그린리모델링을 포괄하는 종합적 법체계가 마련돼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법 내에서 리모델링을 아무리 개정해도 한계가 있다”며 “리모델링은 신축을 위한 지역주택조합이나 직장주택조합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모델링 특별법이 한 차례 논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며 “이제는 독립된 법체계로 리모델링을 정립해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금융 규제와 사업비 지원 문제도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에는 적용되는 초기 사업비 저리 융자가 리모델링에는 배제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실거주 조합원에 대한 이주비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핀셋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세미나는 리모델링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재개발보다 더 높은 규제 문턱에 막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리모델링은 공급 확대뿐 아니라 탄소중립, 도시재생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정책 기조를 전환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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