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 급한 불 끄기식 대책, 시장은 신뢰를 잃고 있다
김학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0-17 11:27:58
[도시경제채널 = 도시경제채널] 정부가 어제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꺼냈다. 지난 6월과 9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세 번째다. 출범 넉 달 만에 세 차례 대책이 나온 셈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분당 등 12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대출은 더 조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확대됐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엔 또 어디가 묶이느냐”는 말만 돌 뿐이다.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리듬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대책 타이밍이 시장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정책의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신호를 세밀하게 읽는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급한 불 끄기’에 몰두한 나머지 큰 방향성을 놓치고 있다. 6·27 대책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 석 달 만에 또다시 규제 지역을 확대하면서, 시장은 ‘다음은 어디냐’는 불안을 먼저 느낀다.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정책 환경에서 실수요자는 관망하고, 자금은 규제 밖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는 단기적 거래 절벽과 장기적 가격 왜곡이다.
신뢰는 정책의 가장 강력한 통제수단이다.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명분 아래 연쇄적으로 대책이 쏟아지는 순간, 시장은 정부의 ‘정책 시계’를 믿지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투기 억제”를 외쳐도 시장은 “정책 불안”을 먼저 읽는다.
정책은 불안의 진앙이 되어선 안 된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회복해야 한다. 대책의 잦은 발표는 시장을 제어하기보다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정책의 방향을 예고하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정책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대책도 시장의 의심을 이길 수 없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길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일관된 메시지’다. 신뢰는 속도가 아니라 예측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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