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 이재명 정부가 예고한 부동산 세제
유덕부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3-15 14:17:36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 방문 중 터져 나온 발언과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터뷰는 단순한 정책 예고를 넘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강력한 선전포고와 같다.
정부가 7월로 예상되는 '부동산 세제 종합 대책' 발표를 앞두고 던진 메시지들을 종합해 보면, 향후 부동산 세금의 방향은 '불로소득의 완전 환수'와 '실거주자 중심의 철저한 차등 과세'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세워질 전망이다.
'1주택자=성역' 공식의 파괴: "비거주 1주택도 투기다"
그동안 우리 부동산 세제에서 '1주택자'는 보호받아야 할 성역이었다. 하지만 김윤덕 장관은 12일 인터뷰에서 이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비거주 1주택자도 보유세 인상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는 발언은 향후 세제 개편의 가장 파괴적인 지점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서울 핵심지에 사두고 자신은 전세를 사는 '갭투자형 1주택자'를 더 이상 실수요자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1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종부세 기본공제 혜택이나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가 '실거주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은 사실상 다주택자에 준하는 수준의 세율 적용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모델의 이식: "시세차익은 국가의 몫"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 중 "집을 사고파는 것은 자유지만, 이익이 될지 손실이 될지는 정부가 정한다"는 파격적인 철학을 내비쳤다. 이는 싱가포르의 '징벌적 인지세'와 '보유세 차등화' 모델을 한국형으로 변주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단순히 보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집을 가짐으로써 얻는 기대 수익'을 세금으로 미리 회수하는 구조로 바뀔 전망이다.
취득 시점부터 실거주 의사가 없는 경우 높은 취득세를 매기고, 보유 과정에서도 시세 상승분에 비례하는 보유세를 물려 "집으로 돈 벌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대대적 수술: "버티기 전략의 종말"
부동산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김 장관이 언급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이다. 현재 1주택자는 10년 보유·거주 시 최대 80%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 김 장관은 이를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현행 '보유 기간' 위주의 공제 방식을 '거주 기간' 위주로 전면 재편하거나, 공제율 자체를 대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가 주택을 일단 사두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며 버티는 자산가들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다. 7월 대책 발표 전, 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피하려는 '절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쏟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불패' 신화와의 작별… 7월의 폭풍우
정부의 이번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동산이 더 이상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접근이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를 '공정'의 가치로 정당화하고 있다.
7월 발표될 종합 대책은 단순히 세율 몇 퍼센트를 조정하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서 '실거주자'에게는 탄탄한 보호를, '비거주 투자자'에게는 퇴로 없는 과세를 적용하는 입체적인 그물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의 경고를 '엄포'로 치부하며 버틸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세제 환경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칼날은 이미 집값의 급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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