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선우·김경 동시 구속…1억 원에 팔린 민주주의
유주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3-04 14:31:56
[도시경제채널 = 유주영 기자] 2026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를 나서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모습은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시의원이 '공천 헌금'이라는 구시대적 비리에 얽혀 나란히 구속된 이번 사건은, 다가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에 묵직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쇼핑백 속 1억', 정가처럼 굳어진 공천 시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은 충격적이다. 용산의 한 호텔에서 오간 '현금 1억 원'은 단순한 뇌물이 아니었다. 정치권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서울시의원 공천 단가 1억'이라는 괴담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구의원은 3,000만 원, 시의원은 1억 원이라는 이른바 '공천 시세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은,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현금 거래의 장'으로 변질되었음을 방증한다.
지방의원을 '국회의원 하인'으로 만드는 구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근본적인 원인은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구 지방의원 공천권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는 구조에 있다. 지방의원 지망생들에게 국회의원은 생사여탈권을 쥔 '주인님'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김 전 시의원이 자수서를 제출하면서까지 공천의 벽을 넘으려 했던 절박함은, 실력이나 비전이 아닌 '충성심'과 '금력'으로 평가받는 현행 제도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억 벌기 위해 1억 베팅하는 '정치 도박판'
시의원 4년 임기 동안 받는 세비는 약 2억 6,000만 원 수준이다. 1억 원의 공천 헌금을 내고 당선된다면, 이는 봉사가 아니라 '투자금 회수'를 위한 비즈니스가 된다. 이런 구조에서 당선된 의원이 지역 주민의 삶을 돌보기보다 본전 생각에 이권 개입이나 청탁에 눈을 돌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6.3 지방선거 전, 공천 제도 전면 재점검해야
이제는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구조적 수술이 필요하다.
첫째, 국회의원의 공천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오픈 프라이머리)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공천 헌금 적발 시 해당 당사자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연대 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
셋째, 후보자의 자질을 유권자가 직접 검증할 수 있는 공천 과정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선우 의원의 "돈인 줄 몰랐다"는 변명과 김경 전 시의원의 "공천을 받고 싶었다"는 고백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다. 6.3 지방선거가 또다시 '돈 선거'로 얼룩지지 않도록, 정치권은 이번 구속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공천 제도의 판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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