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거라는 ‘마침표’가 아닌, 재생이라는 ‘쉼표’를 위하여
유덕부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3-18 15:14:01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최근 세계일보가 보도한 ‘2026 빈집 리포트’는 우리 사회의 외면하고 싶은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부 지원이 철거와 한시적 활용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과 부처마다 제각각인 빈집 통계가 행정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빈집 관리 체계의 대대적인 정비와 예산 확대를 약속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데이터의 불일치’가 낳은 정책의 사각지대
그동안 빈집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도대체 빈집이 몇 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부처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주택총조사가 특정 시점(11월 1일)의 거주 여부를 따지는 '미거주 주택' 중심이라면, 지자체의 행정조사는 1년 이상 미거주·미사용 여부를 따지는 '정비 목적'의 수치다.
정부는 이러한 혼선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손을 잡고 빈집 조사 기준과 절차를 통일하기로 했다.
특히 2023년 6월 수립된 ‘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농어촌의 빈 건축물 정보까지 포함한 ‘전국단위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고무적이다.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화된 지원금’, 단순 철거를 넘어선 유인책이 되어야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철거 지원 예산의 대폭 확대다. 정부는 도시/농어촌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국비 지원 단가를 현실화했다.
도시 지역 빈집의 경우 호당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상됐고, 농어촌 지역의 빈집은 호당 5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인상한다.
특히 2024년 행정안전부에서 국토부와 농식품부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합동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이 예산이 단순히 낡은 건물을 허무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철거된 부지가 지역 사회의 새로운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후 활용 계획과 연계된 지원 방식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특별법’ 제정, 통합적 관리의 법적 마침표
현재 국회에는 권영진·복기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빈 건축물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농해수위를 통과한 「농어촌 빈집 정비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이는 도시와 농어촌으로 이원화된 법령 체계 속에서도 ‘빈집 정의’와 ‘제외 대상’ 등 핵심 기준을 통일하여 관리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이미 2025년 5월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통합 관리체계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법적 근거들을 토대로 지자체가 현장에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느냐다.
전국단위 빈집 정보 플랫폼 운영과 관계부처 합동 행정조사는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민간 자본이 빈집 재생 사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투명한 정보 제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빈집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골칫거리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국토 재설계 과제다. 정부가 밝힌 대로 관계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과 제도적 정비가 빈집을 ‘사라져야 할 짐’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의 기회’로 바꾸는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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