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덮친 ‘노란봉투법’, 공기 지연·공사비 폭등 ‘부메랑’ 우려
김학영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6-24 19:12:12
노조 교섭 거부하면 원청 경영진 형사처벌 족쇄
[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이후 건설현장에서 ‘원청 책임론’ 바람이 대형 건설사를 넘어 중견 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원청사의 중대재해 감소와 임금 체불 해소 이면에 하청 노조의 합법적 파업으로 인한 ‘셧다운 리스크’는 공사비 폭등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야기된다.
2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서희건설, 제일건설,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금호건설, 대광건영 8개 중견 건설사에 대한 사용자성 심의 결과가 나온다. 심의는 서울·경기·전남 등 각 지역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진행한다.
앞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노조가 중견사로 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9곳이 이미 사용자로 인정됐다.
지난 4월 포스코이앤씨 이어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이 줄줄이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현대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일에는 DL이앤씨가 이름을 올렸다.
건설노조는 심의에 제외됐던 대우건설에 대해서도 사용자성 판단을 신청해 놓은 상태로, 빠르면 내달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준태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올해 초부터 86개 건설사에 대해 순차적으로 사용자성 인정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며 “이후 나머지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설사들은 법적으로 단순한 도급 계약자가 아닌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고용주’와 같은 법적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된다.
우선 하청 노조와의 교섭이 의무화된다. 하청 노조가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신청해 오면 원청 건설사는 반드시 교섭 테이블에 임해야 한다.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을 경우 원청 경영진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교섭 결과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면 원청 건설사는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청 노조는 합법적 쟁의행위(파업)가 가능해져 ‘원청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원청사의 안전관리 강화로 중대재해 발생률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노후 장비 교체,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에 원청사의 자본이 직접 투입되면 실질적인 사고예방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무분별한 외주화가 차단되면서 임금 체불과 중간 착취 등의 고질적 하도급 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원청사가 직접 노사 협상 주체로 나서면서 투명한 임금 직불제가 정착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파업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청 노조가 원청사를 상대로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져 현장 전체를 멈출 수 있게 된다. 한 현장의 하청 교섭이 걸렬될 경우 공구 전체나 현장 전체로 마비 상태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공기 지연 및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가 이어지면 분양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지게 되는 셈이다.
다만, 노동위가 발표하고 있는 ‘사용자성 인정’ 판정만으로 건설사들을 곧바로 완전한 고용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지방노동위원회 결정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 등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위 판정만으로 향후 노조법 개정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곧바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려면 법원 판례가 충분히 누적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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