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성능원, ‘탄소중립시대, 정비사업 주거품질 향상’ 세미나 개최
박준범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9-16 18:51:50
[도시경제채널 = 박준범 기자] 서울 전역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정비사업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탄소중립 시대의 도시정비사업’에 관해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건축성능원은 지난 15일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BK21과 함께 ‘탄소중립시대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품질 및 성능 향상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조합원 분담금 등의 경제적 논리나 단순한 노후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기존 정비사업의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도시정비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사업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문제와 향후 기후·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거 품질 향상 방안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오상근 건축성능원 교육원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정비사업의 주거성능 고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원장은 “건물부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하지만, 현재는 30년마다 건물을 재건축하며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만약 1기 신도시를 지금 재건축한다고 가정하면 탄소 발생량이 목표치의 50% 이상에 달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자재 생산부터 건축, 철거에 이르는 건물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30년을 넘어 장기간 유지되는 아파트를 지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거 성능 고도화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오 원장의 이같은 지적은 실제 정비사업 현장의 목소리와도 일치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현재 양천구 최대 현안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 조합원들은 주차 문제만 아니면 10~20년은 더 살아도 되겠다고 말한다”며 “과거 건설 당시 주차난을 예측하지 못해 재건축이 앞당겨진 만큼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거 성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정비사업에서의 기후변화 적응시설의 반영 특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위원은 서울시 내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52개 지구의 폭우·폭염 적응시설 실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최 위원은 “폭우 적응시설은 정비계획 단계에서 투수성 포장이나 토양·녹지 등을 활용한 우수관리 대책으로 수립된 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구체화된다”며 “폭염 적응시설 역시 바람길·녹지·조경 등 시설 위주로 계획을 세우고 이후 수목 식재, 자연지반 녹지, 옥상 녹화 등으로 발전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후 적응 시설 도입을 유도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서울시의 ‘생태면적률 제도’와 ‘저영향개발(LID) 사전협의제도’가 꼽혔다. 하지만 제도를 간신히 통과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단지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시설보다는 특정 몇 가지 시설만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태면적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개발 사업지구의 78.6%와 재건축 사업지구의 74.9%가 인공·자연지반녹지 시설을 선택했다. LID 사전협의제도 역시 재개발 사업지구의 80.5%, 재건축 사업지구의 79%가 투수포장 방식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은 “앞으로 더 다양한 적응시설이 현장에 반영되려면 기존 생태면적률이나 LID 사전협의 제도를 보완하고, 다각적인 유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2부에서는 이제선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전문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정비사업이 단순한 수익성이나 공급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건축물 성능 및 주거품질 향상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제선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기후 변화 적응 시설이 필요함에도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인가 등 실무 단계에서는 관련 정책이 부족하다”며 “조합원의 이익 보장도 중요하지만, 도시 환경 전체를 고려하는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축성능원은 이번 세미나가 도시정비사업을 단순한 주택 공급이나 노후 건물 정비로 보지 않고, 탄소중립·기후변화 대응·주거품질·건축성능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새로운 비전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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