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지수 역대 최고치에 PF 변수까지, 중동 전쟁이 흔드는 건설 현장
최강호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4-06 18:53:41
[도시경제채널 = 최강호 기자] 건설공사비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PF 건전성 지표는 개선세를 보이지만, 공사비 상승이 사업성을 훼손할 경우 안정 흐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잠정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13%, 전년 동월 대비 2.04% 상승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에 중동 전쟁 여파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쟁이 본격화한 시점이 2월 말임을 감안하면, 원자재값 급등의 실질적 영향은 3월 이후 지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와 환율 동반 상승, 운송비 증가, 나프타 수급 불안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일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 지연 가능성을 예고하는 공문이 발송되기도 했다.
정부 대응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운영하던 '중동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해 운영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TF 단장은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이 맡는다. 레미콘 혼화제, 아스팔트, 배관·창호·단열재 등 플라스틱 제품, 페인트·도료·실란트·접착제 등 석유화학 기반 자재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5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건설 분야별 협회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건설산업 영향을 점검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해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 8개 협회가 참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자재 수급 차질은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일반 국민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간담회 논의 과제는 즉각 검토해 최대한 신속히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연체율 동향과 사업성 평가 결과를 논의했다고 5일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3.88%로 전 분기 대비 0.36%포인트 하락했다. C등급(유의)과 D등급(부실우려) 여신은 14조7000억원으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부실 사업장 정리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C·D등급 사업장 여신 가운데 18조5000억원이 정리 또는 재구조화됐다. 경·공매, 수의계약, 상각 등으로 13조3000억원(72%)이 정리됐고, 신규 자금 공급이나 자금 구조 개편 등을 통해 5조2000억원(28%)이 재구조화됐다. 전체 PF 익스포저는 174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177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면서도 "중동 상황에 따른 건설 공사비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부족 우려,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등 일시적 유동성 애로로 정상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건축공사비 플러스 PF 보증 공급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발 에너지 충격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트남 통계청(GSO)이 지난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83%로, 직전 분기(8.46%)보다 0.63%포인트 둔화됐다. GSO는 "중동 분쟁 심화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생산 비용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운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원유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생산 비용과 물류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공사 원가 압박에 직면한 국내 건설업계의 상황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김윤덕 장관은 간담회에서 "자재 수급부터 공사비, 금융까지 건설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면밀히 관리해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의 향방이 올해 건설 현장과 부동산 금융 시장 양쪽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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