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하한액 30억 신설

정부가 중대재해 기업을 등록말소까지 이르게 하는 강력 대책을 내놓자 건설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 심화와 경제 성장률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건설 수주 부진과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지면서 경기 위축을 가속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고용과 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3년 내 영업정지 2회 후 재발 시 등록말소”를 명문화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하한액은 30억원으로 설정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주 활동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은 매출원가율이 약 0.3%p 증가하는 효과와 같다”며 “수주·매출 감소, 비용 증가, 자금조달 악화 등 다방면의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30억원 이하인 종합건설사는 전체 1만7188곳 중 97.2%에 해당해 과징금 충격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일괄된 등록말소 기준이 적용되면 중견 건설사조차 수주를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 경기 위축은 곧바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0만 돼도 성장률이 2.1%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건설투자 부진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은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5%p 낮췄고, 올해는 -1.2%p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와 고용 창출, 협력사 및 자재·장비업체 등 후방 연쇄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국은행의 9월 건설업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2로, 장기 평균(71)을 크게 밑돌았다. 건설업 실적 지수도 2022년 9월 이후 35개월 연속 평균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이번 대책이 주택 공급 확대와 민간 참여 유도라는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건설업계에서는 “업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건설사들이 무한정 위험을 떠안기 어려워 과감한 수주를 기피할 것”이라며 “보험 가입 증가 등으로 투자 여력이 줄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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