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실질 사용자’ 인정 범위

이달 11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이른바 사내 하청으로 불리는 6개 손자회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 활동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도시경제채널 = 도시경제채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IT업계 노사관계가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강화한 이번 개정으로 네이버는 사내하청 구조의 손자회사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말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6개월 뒤 시행된다.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는 남아 있지만, 통과 자체만으로도 원청 기업을 둘러싼 교섭 지형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개정안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이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명시했다. 기존에는 사업주나 그 대리인으로 한정했지만, 앞으로는 원청이 하청·손자회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친다면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이 변화는 네이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네이버는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6개 손자회사를 통해 검색, IT 인프라, 고객센터, 콘텐츠 제작 등 핵심 업무를 운영한다.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손자회사의 인사와 사업 방향을 본사가 결정한다”며 “네이버가 ‘진짜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사례도 제시된다. 엔아이티서비스는 네이버클라우드의 100% 자회사로 데이터센터와 보안 관제를 맡는다. 이 회사의 이사회는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인사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상당수가 네이버 임원을 겸임했다. 나머지 손자회사 역시 네이버웹툰, 네이버아이앤에스 등 자회사를 통해 본사와 동일한 사업을 수행한다. 노조는 이를 ‘사내 하청’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임금과 복지 격차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 상당 자사주를 무상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운영했고, 올해는 이 제도를 종료하는 대신 80%를 연봉에 반영했다. 그러나 손자회사 직원들은 본사 대비 20~60% 수준의 성과급만 받았고, 명절 선물 등 복지 혜택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네이버지회는 오는 27일 손자회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진행한다. 앞서 5월 시작된 6개 손자회사의 2025년 임단협은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법 시행까지 개별 교섭을 이어가되, 이후 본사 교섭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현재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IT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계열사 중심으로 분산해온 인력 운영이 법 시행 이후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동일 가치·동일 처우 요구가 강화되면 비용 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의 인력전략은 새로운 규칙에 맞춰 다시 설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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