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회사 쪼개는 기업인 늘어”비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가 급증하는 ‘계단식 규제’를 철폐해야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계단식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정책의 균형을 성장이 가능하도록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구윤철 부총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등 정·관·재계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기업 성장 단계마다 규제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소기업 단계에서는 각종 지원을 받지만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는 순간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만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기업인들이 성장보다 회사를 쪼개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와 부산대 연구팀의 ‘차등규제 전수조사’에 따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서만 343건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존재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94개, 대기업으로 올라서면 329개 규제가 추가된다. 최 회장은 이를 시각화한 대형 패널을 행사장에 직접 전시하며 문제를 강조했다.
실제 수치도 성장 정체를 보여준다. 대한상의가 산업부·중기부·Fn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1만 곳 중 4곳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 100곳 중 1~2곳만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셈이다.
최 회장은 “고도성장기에는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지원이 효과적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오히려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라며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며 성장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연 3~5%대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업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기업성장포럼은 대한상의·한경협·중견련이 공동 주도해 출범했다. 포럼은 연말까지 차등규제 실태를 조사·연구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분기별 정례 포럼을 통해 국회·정부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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