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인공지능심의관 신설…AI 논의 전면에 전문가 이숙연·기우종·김우현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민사소송의 중단에 대해 알려줘", "사기죄 공소사실에서 구체적 취득 금액과 일시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 공소기각 사유가 될까".
사법부에 '재판지원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판사들도 이렇게 생성형 AI와 대화를 통해 법률 정보를 검색하고 재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외부의 생성형 AI나 대형언어모델(LLM)이 아닌 사법부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소속 사법행정기구인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재판지원 AI 시스템을 최근 시범 오픈했다. 총 4단계로 추진되는 사업에서 7개월간 개발을 거쳐 오픈한 1단계 과업인 '법률 정보 지능형 검색 및 리서치' 시스템이다.
일반 생성형 AI처럼 법률 지식이나 특정 사건의 법적 쟁점에 대해 질의하면, 유사도가 높은 판례와 관련 법령,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요약 정리된 답변을 내놓는 방식이다.
특히, 화면 한쪽에 답변에 참고한 자료 리스트가 나열돼 각 자료의 요약 설명을 볼 수 있고, 원문보기 버튼을 클릭해 링크를 타고 곧장 원문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전산에 입력된 대법원 판례와 2013년 이후 판결문 전체가 자료로 활용된다. 그 밖에 각종 법령과 대법원 규칙, 결정례, 유권해석, 실무제요, 주석서 등도 사용된다.
이에 더해 앞으로 선고되는 판결문도 내부 시스템 등록 즉시 끌어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도 로펌에서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한 리걸테크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외부의 거대언어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원은 시범 오픈한 1단계 시스템에 대한 답변 정확도를 개선하고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접수한 각종 사건 기록을 분석해 정리하는 2단계 사업도 이르면 연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가 소장이나 준비서면, 답변서 같은 기록을 분석해 요지나 쟁점을 정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더 나아가 3, 4단계 사업이 완성되면 법관이 작성한 판결문 초안의 논리적 오류나 비문 여부를 점검하고, 그 밖에 송달 주소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소장 접수부터 판결문 완성까지 재판의 전 과정에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AI 시스템이 제대로 안착하면 고질적 재판지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의 복잡화로 인한 방대한 사건 기록이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AI를 통해 법률 정보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건 기록을 빨리 판단해서 얼마나 재판부에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부는 이같이 AI 시대에 발맞추고자 그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법원행정처는 올해 AI 정책을 수립하고 AI·빅데이터 등 지능 정보기술 관련 검토, 재판과 사법행정제도 관련 AI 시스템 개발 등을 담당할 사법인공지능심의관 1명도 신설했다. 김우현 실장이 이끄는 사법정보화실 소속이다.
이미 지난해 4월 법원행정처장 자문기구로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법부 AI 도입을 논의하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왔다.
위원장인 이숙연 대법관은 사법부 내에서 AI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포항공대를 수석 입학해 졸업했으며 이후 다시 고려대 법대에 들어가 졸업했다. 고대에서 정보보호 분야와 관련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판사(고법 배석판사) 시절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을 지내며 사법부 전산화 작업 실무를 담당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겸직교수이자 사법부 내에서 2023년 10월 창립한 법원 인공지능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회원은 200명이 넘는다.
위원회는 작년 말 '인간 중심 AI를 통한 사법정의 구현'을 목표로 2030년까지 단계별 사법부 AI 로드맵을 내놨다. 올해까지 사법부 내 AI 기반을 구축하고 2028년까지 재판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 고도화 등을 통해 AI를 구현하고 확산시키며, 2030년까지 고도화해 AI 활용을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최근 보임된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 인공지능연구회 현 회장이다. 기 차장은 이 대법관 후임 정보화심의관을 지낸 바 있다. 앞서 3년간 행정처에서 사법지원실장을 역임해 사법행정 전반에 정통하다. 작년 12월 대법원이 개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제1세션 첫 발표에 나섰고 사실상 사법부의 입장과 현안 진단이 담긴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차장을 맡아 행정처에 복귀했다.
직전 조병구 사법지원실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옮겨 AI 도입 등 법원 지원 현안에 손발을 맞춘다.
법원은 지난달 '등기 제도의 AI 대전환'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등기업무 혁신을 위한 AI 활용방안, AI 기반 등기시스템 구현 시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등기는 부동산 공시의 출발점으로 각종 법적 행위의 기본이다. '등기 정보화'를 이끄는 김우현 사법정보화실장은 행정처 사법등기국장을 지낸 바 있다.
이처럼 사법부는 등기 AI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를 우선으로 해 재판과 관련해 다양한 방면의 인공지능 정보기술 활용 방안, 리걸테크 등 관련 연구를 심화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AI 기반 재판 지원 모델 개발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저작권자ⓒ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수첩]](https://dokyungch.com/news/data/2026/02/18/p1065601945922327_866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