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하락세는 반영 안 돼…낙폭 클수록 체감 현실화율은 높아질 듯
공시가격 5년 로드맵 하반기 발표…초고가 주택 현실화율 손댈지 주목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최근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등 인기지역 아파트 단지에 급매물이 늘고, 호가도 하락했지만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올해 공시가격 산정이 1월에 마무리되면서 지난달부터 나타나고 있는 가격 하락세는 반영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평균 현실화율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공시가>시세' 역전현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집값 하락폭에 따라 공시가격 체감 현실화율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내주 발표…고점 시세까지 반영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공시가격 산정 작업을 산정 작업을 마친 뒤 현재 지자체 사전 검토와 가격 심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주 공시가격안 열람 및 의견 청취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공시가격 공청회에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작년 수준인 평균 69%로 동결하기로 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2024년 9월 윤석열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산정체제 합리화 방안'의 재검토가 필요해졌고,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현실화율을 높이지 않아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12월을 거쳐 올해 1월까지도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작년 11월 당시 예상보다 공시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부동산원은 전년도 집값 변동분을 반영해 매년 1월1일자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지만 가격이 변곡점에 있거나 시세 변동이 큰 경우 공시가격 조사·산정이 마무리되는 1월까지의 가격 변동을 공시가격에 최대한 반영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값은 0.81%, 12월에 0.87% 올랐고 올해 1월에는 1.07%로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10·15대책의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하고 다주택자 압박에 나서면서 2월부터 급매물이 급증하고 강남 등 일부 지역은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와 연초 고점 가격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5월9일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현재 급매물이 늘고 호가가 하락 중인 가운데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 예고대로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비거주 1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 등의 증세가 본격화할 경우 단기간에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올해 7월 이후 보유세 납부 시기에는 1월1일자 기준으로 산정된 공시가격의 체감 현실화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시 전문가들은 일단 올해 현실화율을 평균 69%로 동결한 만큼 2022년처럼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줄었다고 평가한다.
감정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로드맵상의 목표치(평균 80.9%)로 회귀했다면 시세 15억원 이상은 현실화율이 90%에 달하고, 9억∼15억원은 87%까지 올라 역전현상이 나타날 확률도 그만큼 높았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집값이 30% 이상 떨어지거나 현재 현실화율이 70%가 넘는 일부 고가 아파트에서는 시세 하락 정도에 따라 역전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현실화율·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해도 한강벨트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 올라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작년 공시가 상승률인 7.86%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8.98%, 실거래가지수는 11.98% 상승했다. 공시가격은 두 변동률 중간쯤에서 두 자릿수의 상승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서울 내에서도 강남-강북 등 지역별 편차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강남과 한강벨트 지역의 주요 아파트들은 보유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종부세·재산세 60%, 1주택 재산세는 43∼45%)으로 동결하더라도 종부세 부과 대상은 세부담 상한(전년도 납부세액의 150%)까지 보유세가 늘어나는 단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올해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의 올해 공시가격이 18억2천만원으로 작년보다 36%가량 오를 경우, 보유세는 지난해 약 299만원에서 올해는 세부담 상한에 걸려 116만원 오른 416만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1㎡는 올해 공시가격이 20억6천400만원으로 작년보다 50% 이상 뛴다면, 역시 보유세는 세부담 상한에 걸려 작년 325만원에서 올해 454만원 선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역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없이도 보유세가 큰 폭으로 오른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34억6천750만원으로 작년보다 25%가량 오른다고 가정하면 보유세가 작년 1천275만원에서 올해는 1천790만원으로 500만원 이상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변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정부가 올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재산세는 60%)까지만 올려도 보유세가 세부담 상한까지 늘어나는 단지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30억5천만원으로 작년(24억9천500만원)보다 약 22%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면 올해 보유세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작년(1천47만원)보다 370만원 높은 1천416만원이 부과되지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이면 세부담 상한에 걸리면서 보유세가 1천440만원으로 증가한다.
세부담 상한에 걸려 납부하지 않은 보유세는 당해년도에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음 해에 공시가격이 오르거나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의 이연 효과가 발생한다.
내년 공시가격이 전년도 수준과 같거나 소폭 하락해도 보유세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공시가격 로드맵 하반기 발표…공시체계 변화 주목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산정과 별개로 현재 이재명 정부의 공시가격 운영 계획을 담은 5년 단위 현실화율 로드맵을 수립중이다.
이를 위해 국토연구원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연구 결과가 나온다.
앞서 2024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현실화율 로드맵이 시세 역전현상과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초래한다며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한 현실화율 목표를 폐기하고 점진적 균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공시가격 산정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또다시 새 판을 짜고 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새로 만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5년 계획은 현실화율 90%라는 최종 목표는 유지하면서 향후 5년 간 현재 평균 69%선인 현실화율을 어느 수준까지 올릴 것인지, 전년도 공시가격의 1.5% 이내로 제한한 균형성 제고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담길 전망이다.
다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초고가주택의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공시가격 로드맵에도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율을 높이는 방법 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손대 초고가 주택의 경우 목표 현실화율(90%)에 빨리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현실화율 로드맵은 공동주택 기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90%의 목표 현실화율을 달성하되, 시세 15억원 이상은 2025년, 9억∼15억원은 2027년,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90%에 도달하도록 목표 기간과 연평균 제고분을 차등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 목적으로 이용되는 정책 지표인 만큼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매년 현실화율을 상향하면 가격 상승기에는 시세 변동분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오르고, 시세가 하락할 때도 현실화율 제고분으로 인해 공시가격은 올라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집값은 변동성이 커서 과도기엔 공시가격과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조세저항도 우려되는 만큼 예측 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공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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