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아니다" 한목소리…"생산·포용금융 공감하지만 위험 부담도"
한국 금융계를 이끄는 5대 지주 회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경제규모 성장률(약 4% 전망)의 절반 수준에서 억제하고, 대신 정부 방침에 따라 '생산적 금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는 작년보다 뚜렷하게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KB 양종희 "가계대출 2% 검토…기업금융 중심 자금 지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은 4일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대부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대로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2% 정도로 검토 중"이라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금융 중심의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가계대출 성장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가계대출이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명목 GDP 성장률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2% 이내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은행 자금이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 자원에 다양한 실물경제 영역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차주(대출자)의 상환능력 중심 심사 체계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며 '깐깐한' 대출 관리를 예고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주요 국제기구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인 약 1.6∼2.2% 범위에서 설정할 계획"이라며 "새해에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병행되는 만큼 가계대출의 제한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증가율 목표를 2.8%(약 3조3천억원)로 제시했다. 그는 "2.8%는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예상치인 약 4%를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실물경제 성장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을 경상(명목)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고,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보수적 증가율을 목표로 설정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높은 가계대출 문턱을 시사했지만, 동시에 공통으로 실거주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서민·취약계층의 정책금융 등 실수요자 대출의 경우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신한 진옥동 "금리급등시엔 주택시장 역성장 배제 못 해"
가계대출 증가와 밀접한 서울 주택 가격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작년처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임 회장은 "내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을 2∼3% 정도로 예상한다"며 "대출 규제 영향과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올해보다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도 "부동산 규제와 대출 제한으로 주택가격 상승 폭이 제한된 상황으로, 올해도 10·15 부동산 대책의 본격적 효과가 이어지면서 강한 상승 추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값이 연중 1∼3%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양 회장과 함 회장은 똑같이 서울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집값 상승률을 3∼5% 수준으로 예상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단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과 규제 강화를, 함 회장은 은행의 고액 주택담보대출 취급 태도 강화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진 회장은 "서울·수도권의 가격 급등세는 진정되겠지만, 구조적 공급 부족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가 급등할 경우 주택시장 전반의 역성장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가격의 경우 올해 평균 4%대 초반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우리 임종룡 "AI, 되돌릴 수 없는 파도"·하나 함영주 "AI 여신심사 1월 선보여"
금융그룹 수장들은 대체로 '인공지능(AI) 거품(버블)론'과 관련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잠재력이 충분하고, 이미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 기술로 평가하면서 올해 그룹 내부 경영은 물론 외부 영업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함 회장은 "AI 거품론도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AI의 실질적 가치는 매우 크다"며 "금융 분야에서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인간 인지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파트너로서 업무 패러다임을 실제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 여신 심사 의견 작성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의견 초안을 자동 작성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올해 1월 파일럿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임 회장은 "최근 읽은 '더 커밍 웨이브'(무스타파 술레이만 저)가 (AI 거품론을) 잘 정리해준다"며 "이 책은 AI를 단기 유행이나 투기 자산이 아니라, 전기나 인터넷처럼 되돌릴 수 없는 기술의 '파도'로 본다. 파도에는 항상 과열 구간이 있고 기대가 앞서는 국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파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새해 우리은행뿐 아니라 보험·카드·증권 등 주요 계열사는 각 업권의 특성을 반영한 AX(인공지능 전환) 과제와 집중 추진 영역을 선별하고, 중장기 로드맵도 수립해 등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양 회장 역시 "버블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 생성형 AI는 금융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생산성 혁신과 사업모델 전환을 촉진하는 필수 기술이자,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인정했다. KB금융그룹은 올해 연말까지 그룹 주요 59개 업무 영역에서 300여개의 AI 에이전트를 적용할 계획이다.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계획·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진 회장은 "AI가 단기간에 모든 산업과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일부 과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AI가 금융의 업무 방식과 고객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강조했고, 이 회장도 "AI 기술을 활용한 일부 기업의 수익 모델에 우려가 있는 것과 별개로 AI 기술 자체는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꿀 범용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버블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생산·포용금융 급증하면 위험 관리비용 고객 전가 우려도"
금융그룹 회장들은 현 정부가 금융권에 강하게 주문하는 생산·포용적 금융의 취지에 공감하고, 실제 올해 수 백조원 규모의 관련 지원 계획도 소개했다.
하지만 과도한 정책 압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회장은 "그룹의 지속 가능한 목표로서 '상생'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해당 정책에 활용되는 자본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특성상 투자, 무담보대출 등 높은 수준의 리스크(위험)가 불가피해 대손충당금 등 위험 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정상적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 이자율 등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장도 "모험자본 활성과 기업 혁신 지원 차원에서 여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위험 가중치가 큰 자산 비중이 늘어날수록 금융기관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적정성 규제를 준수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이 때문에 배당 여력이 축소되거나 추가 자본 확충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고객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이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 금융 시스템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장은 "생산적 금융 투자 확대를 위해 현재 위험가중치 경감 방안이 논의 중"이라며 "금융권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생산적 금융 인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명목 차주와 실질 차주가 다른 경우, 담보물의 본질적 용도와 자금 용도가 다른 경우 등 실무적으로 판단이 어려울 상황에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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