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주택 소유 메리트가 약화되고 전세 사기 여파가 겹치면서 월세 거래가 급증하는 반면, 무주택 가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악성 미분양’ 주택도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2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부산의 월세 계약(확정일자 기준)은 6만3171건으로, 지난해 전체 계약 건수(8만8543건)의 70%를 이미 넘어섰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월세 거래는 10만 건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월세 계약은 ▲2020년 5만9302건 ▲2021년 6만5148건 ▲2022년 8만441건 ▲2023년 8만2149건 ▲2024년 8만854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6만6739건에서 5만3949건으로 줄었다.
부산의 무주택 가구는 2023년 기준 61만6713가구로,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월 말 2663가구로 14년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268가구였던 악성 미분양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며 2월 2261가구, 3월 2438가구, 4월 2462가구, 5월 2596가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와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가 강해지는 ‘월세화 시대’가 더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쳐 월세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며 “앞으로 내 집과 월세살이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이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월세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가구당 주거비 부담이 커져 지역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청약이 몰리는 하이엔드 단지와 외면받는 노후 아파트 간 양극화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자가치가 없으면 집을 사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돼 주거사다리가 끊겼다”며 “규제 완화와 함께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입지는 좋지만 합리적 분양가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