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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의 도시와 기후톡톡] 환경기초시설, 님비를 핌피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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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의 도시와 기후톡톡] 환경기초시설, 님비를 핌피로 바꿀 수 있을까

최종수의 도시와 기후톡톡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5-12-16 14:15:46
지역이 원하는 편익을 공유할 투명한 소통이 우선

최종수 칼럼니스트

“필요한 건 알지만, 우리 동네는 안 된다.”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 같은 환경기초시설을 둘러싼 입지 갈등은 언제나 이 문장에서 출발한다. 도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우리 동네 얘기가 되는 순간 태도는 달라진다. 악취와 오염에 대한 불안,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특정 지역에 환경 부담이 반복적으로 집중된다는 박탈감이 겹치며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이러한 님비(NIMBY) 현상은 더 이상 개별 주민의 이기심이 아니라, 도시 구조의 문제로 굳어져 왔다. 환경기초시설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도시가 환경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갈등은 현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2025년 6월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폐기물 소각장 용량 증설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은 “일방적 연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1기 소각장을 수십 년간 감내해 온 주민들은 “피해의 독박”을 주장하며 추가 건설에 집단 반대하고 나섰다. 상암동 사례는 환경기초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폐기물 정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에서는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이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그대로 매립지에 묻던 기존 방식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소각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에만 최종 처분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많은 지자체는 소각시설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2030년까지 직매립 금지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이러한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세울 것인지는 이제 특정 도시를 넘어 모든 지자체가 함께 마주한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소각장과 하수처리장이 여전히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한, 정책의 정당성만으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소각장 입지는 정말 풀 수 없는 난제일까? 꼭 그렇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님비시설로 여겨지던 소각장을 핌피시설로 재해석한 시도들이 적지 않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시설 상부를 사계절 스키장과 여가 공간으로 조성해 에너지 생산 시설을 도시의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일본 오사카의 마이시마 소각장 역시 예술적 건축을 통해 공원과 공공시설과의 조화를 꾀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은 체육공원과 전망타워를 결합해 혐오시설의 이미지를 완화했고,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환경기초시설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을 공원과 체육시설로 활용했다. 유니온파크의 유니온타워는 굴뚝이 아닌 전망대로 인식되며 소각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시설을 단순히 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공원과 문화시설을 설치하면, 주민들은 분명한 편익을 체감하게 된다. 환경기초시설이 도시의 부담이 아니라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초기 투자비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가치와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주민 수용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혐오를 전가하는 대신 이익을 공유할 때, 소각장은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도시 혁신의 인프라가 된다.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화하는 방안은 님비 문제를 해결할 유용한 열쇠지만, 어떤 기술적 해법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지역이 원하는 편익을 반영한 대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주민들 역시 무조건적이고 막연한 반대를 넘어, 공원·체육시설·문화공간 등 지역에 실제로 필요한 시설을 분명히 요구하는 적극적인 접근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혐오시설도 접근을 바꾸면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은 이미 구리와 하남의 사례가 보여준다. 쓰레기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님비시설을 주민 편익형 핌피시설로 바꾸는 선택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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