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채널 = 최강호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일본 내 중유·경유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도서 항로 여객선 감편, 공장 가동 중단, 대중목욕탕 폐업 등 지역 생활 기반 전반의 차질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함께 4월부터 구형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을 한시 해제하는 등 수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연료 부족이 산업 현장을 넘어 지역 교통과 생활 시설 운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의 3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로 인한 영향이 일본 내 공장 가동, 대중교통 운행, 온천 영업 등 다방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14일 보도했다.
도서 지역을 연결하는 여객 항로에서 연료 수급 차질이 먼저 현실화됐다. 나가사키현에서는 사이카키시와 사세보시 구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업체 '세가와키센'이 경유 확보 어려움을 이유로 3월 23일부터 하루 운항 횟수를 왕복 11회에서 9회로 축소했다. 버스 업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일본버스협회 시미즈 이치로 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경유 공급 불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도쿄도 교통국은 4~6월분 경유 조달 입찰이 무산되면서 임의 계약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며,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교통 당국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제조·전력 분야 피해도 가시화됐다. 일본 2위 철강사 JFE스틸은 서일본제철소의 화력발전 설비 1기를 3월 중순부터 가동 정지 중이며, 과자업체 야마요시제과도 중유 공급 차질로 10여 일간 감자칩 제조 설비를 멈췄다. 전력회사 J파워 역시 나가사키현 마쓰우라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온천·목욕탕 등 지역 생활 인프라 타격도 이어졌다. 효고현의 온천장 '누쿠모리노 사토'는 원천수 가열에 쓰는 중유 수급이 막히면서 3월 28일부터 휴업을 결정했다. 시즈오카현의 대중목욕탕 업계 사정도 심각하다. 후지미유의 사장 요시카와 다카유키는 "중유 가격이 리터당 약 100엔에서 최근 130엔까지 대폭 올랐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연료비로만 연간 60만 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일반 공중욕장은 지자체가 정한 입욕료 상한제 규제를 받아 연료비 인상분을 이용료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폐업 압박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수급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석유 업계와의 면담에서 중동 이외 지역의 대체 조달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앙아시아산 원유의 우선 확보 방침을 시사했다. 전력 측면에서는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동 의존도가 낮은 석탄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4월부터 1년간 구형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제한을 한시적으로 해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3월 16일 민간 비축유 15일분 방출을 시작한 데 이어 26일부터는 국가 비축유 30일분을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며, 두 물량을 합산하면 약 8천만 배럴로 일본 소비량 기준 45일분에 해당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첫 중동 정세 관계 각료회의에서 "산유국 공동 비축유도 이달 중 방출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업계의 한 임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4개월 장기화할 경우 공급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쟁 종식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도서 지역 교통과 지역 생활 시설에 대한 피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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