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채널 = 남기정 칼럼니스트]
한국의 전통건축인 한옥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실용성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건축 양식입니다. 그중에서도 한옥의 처마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기능적 역할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옥 처마의 기능과 미적 의미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처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비와 눈을 막아내어 내부 공간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이는 한옥이 주로 자연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날씨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방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마의 길이와 경사는 지역의 기후 특성에 맞춰 조절되었으며, 특히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는 길고 아래로 드리우는 처마가 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와 함께, 처마는 내부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도 기여하는데, 여름철에는 그늘을 만들어 무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공기를 내부에 가두는 역할도 합니다.
기능적인 측면 외에도, 한옥의 처마는 미적 가치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연스럽게 휘어진 목재와 섬세한 곡선은 한옥만의 조화롭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처마 끝의 자연스러운 곡선은 건물의 안정감과 동시에 예술적 감각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전체 건물의 균형미를 강조합니다. 또한, 처마 밑에는 풍경이나 계절에 따라 꽃, 등롱 등의 장식을 달기도 하여, 단순한 방수 구조를 넘어 미적인 요소로 기능합니다.
한옥 처마의 또 다른 특징은 구조적 특색에 있습니다. 목조건축물인 한옥은 목재를 이용한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구조로 지어집니다. 처마는 ‘서까래’라는 방식을 통해 지붕의 무게를 견디며, 동시에 아름다운 곡선을 형성합니다. 서까래의 간격과 길이, 그리고 처마의 너비는 지역과 양식에 따라 달라지며, 이러한 차별화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까래와 함께, 처마를 길게 내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재가 바로 ‘부연’입니다. 부연은 짧은 써가래를 보완하여, 처마의 연장과 더불어 전체적인 미적 균형과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재는 한옥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부연의 기능은 단순히 길이의 부족한 써가래를 덧붙여서 처마를 더 길게 내미는 역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시에, 구조적인 안정성을 높이고, 미적 감각을 달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써가래는 주로 목재로 만들어지며, 자연스럽게 휘어진 곡선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목재의 길이와 공급상태에 따라 짧은 써가래들이 생기기 마련이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부연의 역할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따르면, 부연이라는 용어는 ‘며느리 부’를 써서 ‘부연’이라 부른다고 전해집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 목수 일을 하시던 시아버지가 짧아진 써가래로 인해 처마 길이가 짧아질까 걱정하던 중, 그의 며느리인 여성이 목재를 덧붙여서 처마를 연장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목재를 덧 붙이면 되지 않겠냐”는 조언을 통해, 기존 목재를 이어 붙여서 처마를 더 길게 확장할 수 있다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부연이 단순한 목재의 연결 부재를 넘어서, 전통건축에서 인간의 지혜와 자연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족 간의 협력과 정서를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연은 전통 한옥의 기능성과 미적 가치, 그리고 역사적 이야기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목수들은 뛰어난 기술과 경험으로, 짧은 목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처마를 만들어냈습니다. 부연의 덧붙임은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형태를 유지하면서 건물 전체의 미를 살리고, 동시에 실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옥에서 부연은 단순한 목재 연결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지혜이며, 전통 건축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랜 세월 내려오며 전해지는 이야기와 함께, 부연은 우리에게 전통의 깊이와 따뜻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귀중한 문화 유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야기를 계승하며, 한옥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지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옥의 처마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공간의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중요한 미적 요소임과 동시에, 건축물의 실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능적 구조입니다. 자연의 기운을 담아내며, 그리움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이 아름다운 처마는 한국 전통건축의 정체성과 정서가 담긴 중요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도시경제채널 / 남기정의 한옥여담 칼럼니스트 news@dokyung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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