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채널 = 박준범 기자] 지난 20일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른바 ‘벤비아’로 불리는 독일 3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며, ‘전기차 배터리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과에 화답하듯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대를 돌파했고, 4월에는 올해 누적 신규 등록 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서며 국내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유럽 역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불신과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의 판매 부진이 맞물려 내연기관으로의 회귀를 점치는 목소리와 달리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51%포인트 급증했다. 중동발 유가 불안이 전동화 의지를 재점화시킨 셈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정책적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는 산업 보호를 위한 일시적 제동일 뿐 전동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전기차 시대를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기아와 현대차는 올해 들어 탑기어 EV 어워즈, 뉴욕 오토쇼 월드카어워즈 등 굵직한 국제 무대에서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전기차 강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 하드웨어 시장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것과 달리 미래차의 진짜 핵심인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영역에서는 여전히 도전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던 포티투닷의 송창현 대표가 사임하면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신호가 켜졌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를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1월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핵심 자율주행 기술 설계에 참여한 이력을 지닌 박민우 대표를 포티투닷 수장으로 앉혔고, 위례신도시에 8조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연구 거점을 조성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경쟁자들은 이미 한 걸음, 두 걸음 앞서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FSD로 자율주행 시장의 왕좌를 굳히고 있고, 중국 BYD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갓즈 아이’를 앞세워 맹추격 중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연구개발 속도는 더욱 가속되고 있어, 자칫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지금 우리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배터리와 완성차에서는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올라섰지만, 미래차의 진짜 경쟁력이 될 소프트웨어에서는 아직 추격자의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 위에 소프트웨어라는 돛을 달아야만, 우리 기업들은 비로소 완전한 선도자가 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에서 보여준 치열함을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도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저작권자ⓒ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