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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하나에 묻힌 조합원 ‘알권리’…압구정5구역, 진짜 싸움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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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하나에 묻힌 조합원 ‘알권리’…압구정5구역, 진짜 싸움은 ‘조건’

최소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7 17:50:57
DL이앤씨, “제안서 공개 요청은 조합원 알권리”…현대건설 차단 전략 논란

[도시경제채널 = 최소현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 가운데 하나인 압구정5구역(한양 1·2차) 수주전이 정작 조합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놓치고 있다. 바로 시공사들이 제시한 ‘사업 조건’의 경쟁력이다.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이번 수주전에서 DL이앤씨는 입찰 당일 제안서 상호 확인과 촬영을 요청했다. 이는 조합원들이 두 회사의 조건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제안서 교환과 촬영 등을 완강히 거부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 패턴을 낯설지 않게 보고 있다. 조건 경쟁에 자신있는 쪽은 공개를 원하고, 불리한 쪽은 차단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안 조건 비교에서 유불리가 드러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움직임이다”라고 해석했다.

현대건설은 입찰 마감 이후 발생한 이번 논란을 강하게 부각시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조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조건 비교는 피하는가. 왜 논란만 확대하는가. 이같은 의문은 결국 “조건 경쟁 대신 이슈 경쟁으로 판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현대건설은 이미 압구정 2·3구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5구역까지 수주할 경우 조합원 입장에서는 ‘경쟁 없는 독점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단독 입찰이 될 경우 “경쟁 없이 정해지면 혜택이 없다” “조건 개선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조합도 결국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 이후에도 조합이 이날 저녁 이사회를 거쳐 입찰 유지를 결정한 것은 경쟁이 사라지면 조합원이 손해 보기 때문이다. 실제 정비업계에서는 경쟁 입찰이 깨지고 단독 입찰로 흐를 경우 협상의 주도권 약화, 금융조달력 부족, 사업추진 속도의 갑과 을의 주객전도, 단지의 차별화 실패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건 복잡하지 않다. 더 높은 사업성과 분담금 최소화다. 조합원의 알권리는 곧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권리다. DL이앤씨가 제안서 공개를 먼저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미스러운 건 참아도, 사업성 악화는 못 참는다”라는 조합의 판단과도 같은 방향이다.

이번 압구정5구역 수주전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볼펜 하나가 논란의 중심이 됐지만, 진짜 싸움은 처음부터 ‘조건’이었다. 조합원의 선택은 논란이 아니라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압구정5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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