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미달 시 매매불안·전세의 월세화 가속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정부의 주택 착공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공공 주도 공급 대책의 차질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남은 4분기 동안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진 상황에서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홍지선 장관은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통계치와 계획 물량을 보면 100% 계획 물량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다”며 “80~88%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8월 기준 착공 실적이 8만6349가구로 연간 목표의 32.4%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목표를 채우려면 남은 4개월 동안 18만1261가구를 착공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배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장관은 “공급 목표량이 당초 국가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며 “통상 4분기에 착공 물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금융비용 증가와 건설 자재 가격 상승,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공사를 개시하는 것은 인허가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착공 절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주택 착공 후 입주까지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3년간 누적된 착공 감소는 향후 본격적인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공급 차질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양 쪽에서 공급 속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공공택지의 사업기간을 대폭 줄이는 ‘최단기 착공 모델’을 구축해 16만가구 이상을 확충하고, 연내 7만3000가구+α 규모의 신규 택지 입지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도심 내 정비사업 추진도 가속화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주민간 갈등이나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으로 지연되는 현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정자로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서울시와도 용산공원 일부 부지 활용을 포함한 도심 공공복합사업 협의를 강화하고, 국민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주택공급 상황판’을 신설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민간 현장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사비 증가로 인한 사업성 악화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만으로는 민간 건설사와 조합이 선뜻 착공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경우 부동산시장에 심각한 유동성 및 가격 불안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매매시장에서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 등 주요 상급지의 상승 폭이 일시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입주 물량 절벽에 대한 우려로 인해 서울 외곽 및 수도권 핵심지를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 부족에 따른 대기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시장 역시 주거 불안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공급 부족과 전세사기 여파가 맞물리면서 월세 선호 현상이 굳어지는 ‘메가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홍 장관 역시 이를 구조적 변화로 규정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월세안심신탁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지만, 임차인들의 실질적 월 주거비 부담 증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공급 확대 효과가 미흡할 경우 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장관은 인천, 평택, 남양주 등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감지되는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에 대해 “주택 가격 상승률과 청약 경쟁률 등을 종합 판단해 검토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정부가 주택 공급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속한 정상화 의지를 밝혔지만, 실효성있는 PF 자금 지원과 시공 현장의 실질적 걸림돌 해소가 없는 ‘속도전’만으로는 냉각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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