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경제채널 = 도시경제채널]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 기대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던 금융지주 주가가 최근 규제 부담으로 한 달 새 평균 9% 가까이 하락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한 달 전 대비 평균 8.9% 하락했다. KB금융은 10만9600원으로 13.4%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신한지주는 6만6700원으로 9.3%, 하나금융은 8만2600원으로 10.7% 내렸고, 우리금융은 2만5000원으로 2.3% 떨어졌다.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정부의 ‘청구서’가 자리한다. 교육세율은 이자이익 1조원 초과 금융사 기준 기존 0.5%에서 1.0%로 두 배 올랐다. 이에 따라 4대 은행만 연간 4000억~5000억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 정부·민간이 20조3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출연도 은행권의 주요 부담으로 꼽힌다.
업계는 은행들이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할 경우 단순 비용 지출을 넘어 자본비율과 대출 여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과징금 리스크도 겹친다. 홍콩H지수 연계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는 연말 부과가 예상되며, 규모는 최대 7조4000억원이 거론된다.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주담대 LTV 담합 조사도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조 단위 과징금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장기연체자 채무 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도 4000억원가량을 출연해야 한다. 업계는 교육세, 펀드, 과징금, 배드뱅크 등 부담을 합치면 하반기에만 최대 10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개별 사안만 보면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누적되면 은행의 자본비율과 유동성 공급 능력에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심리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추가 비용을 반영하면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상반기 13.37%에서 12.7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도 기존 3조8600억원에서 1조35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이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 검토하는 데다, 전세대출 위험가중치까지 높일 가능성이 있어 자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모멘텀은 사실상 사라졌고, LTV 담합 과징금 우려와 규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엇박자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고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동시에 규제성 조치를 강화하면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정책 목표와 실행이 불일치하면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자금 이탈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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