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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피 5,500 시대의 역설, ′지수의 비명′과 ′민생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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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피 5,500 시대의 역설, '지수의 비명'과 '민생의 신음’

윤문용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5 09:56:34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코스피 5,507포인트. 설 연휴를 앞둔 마지막 거래일, 대한민국 증시는 꿈의 숫자를 경신하며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2025년 한 해 동안만 무려 75.6%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한 코스피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군단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고, 설 전야의 여의도는 유례없는 승전고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붉게 물든 전광판의 환호성 뒤편, 우리가 마주한 실물 경제의 민낯은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다. 지표상의 풍요와 서민 체감 경기의 괴리는 숫자로 여실히 드러난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이, 2024년 기준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100만 8,000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5,500선을 향해 비상하는 동안, 골목상권의 사장님들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셔터를 내리는 '사상 최악의 폐업 한파'를 정면으로 맞은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은 343.8%에 달해, 비자영업자(220%)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파티를 벌일 때, 내수 소비의 모멘텀은 고금리와 고물가의 덫에 걸려 완전히 멈춰 섰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지수 5,500이라는 화려한 숫자 아래 고착화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증시의 정상화는 반가운 일이나, 민생 경제로 온기가 퍼지지 않는 성장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정부는 727.9조 원의 역대급 예산과 634조 원의 정책 금융 투입을 지시했지만, 단순한 자금 수혈을 넘어선 구조적 '게임 체인저'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수도권 집중을 깨트릴 ‘전국 단위 메가 프로젝트’의 조기 가동이다. 현재의 코스피 상승은 IT·반도체 등 수도권 중심 산업에 치우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남권의 '차세대 모빌리티 허브', 호남권의 '에너지 고속도로 및 재생에너지 특구', 충청권의 'AI·바이오 거점' 등 지역별 거점 프로젝트를 단순한 토목 사업을 넘어선 '지방형 테크노밸리'로 격상시켜야 한다. 파격적인 규제 프리존과 세제 혜택을 통해 젊은 층이 지방에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못지않은 고소득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을 전국에 만들어야 한다.

둘째, 낙수효과를 강제할 ‘상생의 연결고리’ 복원이다. 수출 대기업의 초과 이익이 하청 중소기업의 단가 현실화와 임금 인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법인세 감면 혜택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으로 잠기지 않고, 실질적인 국내 고용과 전국 단위의 설비 투자로 이어지도록 정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자영업자의 '연착륙'과 '재기'를 돕는 정밀한 핀셋 대책이다. 2024년 100만 명 폐업이라는 수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폐업 이후의 전직 지원과 사회 안전망 확충에 예산을 집중 투여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이며, 정치는 배분이다. 코스피 5,507이라는 숫자가 진정한 경제 강국의 증거가 되려면, 그 숫자가 주는 기쁨이 여의도를 넘어 전국의 골목상권과 지방 산업단지로 막힘없이 흘러가야 한다. '숫자의 잔치'에 가려진 '사람의 신음'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쌓아 올린 지수의 금탑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제는 지수를 넘어 전 국민의 '지갑'을 채워주는 정책의 시간이 와야 한다.

[저작권자ⓒ 도시경제채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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