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시기 이주 수요 폭증 예고…‘통합적 이주 로드맵’ 마련 시급
[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수 십만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민을 위한 ‘통합적 이주 관리 대책’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서울에서만 약 18만 가구의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주 대책이 각 정비사업 구역이나 조합 차원의 개별 과제로 방치돼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정부 주최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이주비 대출 규제’가 집중 논의됐다.
금융당국은 기본 이주비 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 적용 기준을 기존 ‘종전 주택 가격’에서 ‘신축 주택 가격’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종전 주택 감정평가액이 낮아 이주비 마련에 애를 먹었던 노후 저층 재개발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장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 자금 조달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이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3구와 용산, 관악, 강동 등지에서만 1만8000가구가 넘는 이주가 본격화되고, 사업 인허가가 집중된 오는 2028년 이후부터는 해마다 4만~5만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주 시기가 특정 권역에 집중되면 인근 임대차 시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되고 급등한 전세 시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국가데이터처의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총 8만3984명으로, 2021년 4분기(8만5481명)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비사업에 맞춰 공급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셈이다.
정비사업 기간 동안 발생하는 멸실 주택과 이주 수요를 흡수하는 실제 ‘거주지 확보’ 문제는 그러나 개별 조합과 시장의 자율에 맡겨져 이주 수요 폭증 시기의 이주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인허가 시기를 미세 조정하거나 공공임대주택과 도심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한 임시 거주공간 선제적 마련,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활용한 대체 주거지 공급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정비사업 개별 단위가 아닌 전체를 보는 거시적 관점에서 항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의 한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규제 개선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주거 이전의 한 축일 뿐이다”며 “정부는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에서 나아가 이주민들이 정비사업 기간 동안 어디에서 안심하고 거주할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이고 실효성있는 이주 공간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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