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재건 TF’ 신설…삼성E&A 1.2조 수처리 포문
미국 제재 완화 속도·자금 회수·중국계 경쟁 등이 관건
[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 외교 행보로 천문학적 규모의 재건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8일 해외건설협회의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 해외수주액은 38.6억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2% 수준에 그쳤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에서의 수주가 무려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 기간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56.4억달러(한화 약 8조5000억원)에서 올해 5.6억달러(한화 약 8500억원)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 종결에 이어 ‘러·우 전쟁’ 중재에 본격 나서며 해외 재건사업에 국내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최소 3000억달러(한화 약 452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 조성안과 제재 완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신장 선점을 위한 건설 업계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건축 전문가를 소집해 ‘중동재건 TF’를 전격 신설했다. 과거 중동지역에서 수행한 인프라 시공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후 복구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E&A는 지난달 중동지역에서 약 1조22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처리 프로젝트를 따내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특히 이번 수주는 단순 시공(EPC)을 넘어 향후 20년간 운영·유지보수(O&M)를 맡는 장기 계약이 포함돼 고부가가치 환경 인프라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동 재건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대건설, 삼성E&A,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대형 5개 건설사가 축적한 EPC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복구에 기여해 막대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설사들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이란 제재의 완화 속도와 금융 제약이다. 종전 협상이 체결되더라도 미국의 복잡한 경제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국제 자금 결제망이 복구되지 않으면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유가 등 시장 경제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실질적 관건이다”며 “중동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경제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공사 발주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막강한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계 기업들과의 수주 경쟁도 부담이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동안 중국은 이란의 원유를 매입하며 밀착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 과정에서 이란 내 에너지 및 인프라시장의 상당 부분을 선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이란의 지정학적 고립 등에 따른 진입 장벽 심화로 미국과 유럽 및 주요 걸프협력회의 회원국 건설사의 재건사업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며 “이 때문에 이란의 복구사업은 중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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