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은 사후 구제, 예방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
[도시경제채널 = 박준범 기자] 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법원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한 달 만에 50% 가까이 치솟으며 보증금 미반환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현행 법 구조는 사후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일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78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과 2월 각각 1897건, 1896건과 비교해 한 달 새 47%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월 291건에서 3월 446건, 경기 459건에서 643건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역시 충남 53건에서 281건, 경북 90건에서 192건으로 각각 대폭 늘어났고, 이외 인천(89건→169건), 부산(169건→213건), 대전(19건→59건) 등지에서도 급증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신청 건수가 감소한 곳은 경남(255건→231건)과 충북(67건→46건) 단 두 곳 뿐이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전세 계약이 끝난 뒤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이사를 떠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보증금 미반환 실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통상 봄철에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관련 신청도 함께 늘어나, 실제로 지난해 역시 3월 신청 건수(3187건)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연간 추이를 보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지난 2024년 4만735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2025년 2만8044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사태 이전인 2022년(1만2038건), 2021년(7631건)과 비교해도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에게 미리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세입자가 부쩍 늘었다”며 “보증금 반환을 사전에 압박해 집주인 스스로 준비하게끔 유도하려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사례가 지속 증가하지만 관련 정책은 여전히 ‘사후약방문’ 수준이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은 ‘최소보장제’와 ‘선지급 후정산 제도’ 등 사후 구제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지난달 10일 위험 정보 사전 공개,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 부여,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등의 예방책을 내놨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 역시 제자리를 걷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특별법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전세사기의 핵심 원인을 차단하지 못하다 보니 새로운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근본적 예방 대책을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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