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합병 뒤집기…‘부채 돌려막기’ 비판 제기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이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개발’ 전담과 ‘자산 관리’ 기능을 분리해 두 개의 회사로 만들어 주택 공급에도 속도를 올리고 부채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행정 절차 지연과 막대한 임대 부채의 분발 문제로 인해 실효성은 떨어지고 역효과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LH를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라는 두 개의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주택도시개발공사는 3기 신도시 등 택지 개발, 도시 조성, 신규 공공주택 건설 등 수익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는 사업에 집중하고, 주택도시자산공사는 기존 및 신규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관리, 주거 취약계층 지원, 토지·자산 비축 등 공공성이 우선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 개발공사가 사업을 통해 거둔 개발이익의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이를 자산공사에 출연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분리로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재무 제약이 해소되면 수도권 주택 공급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 전담 신설 조직은 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에 따른 직접적 부채 부담을 털어내게 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회사채 발행 등 금융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토지 보상과 부지 조성 절차가 탄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주요 공공택지의 착공 시기를 기존 대비 최대 1~2년가량 앞당기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분리가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나의 조직 내에서 이뤄지던 개발과 건설, 임대 등 프로세스가 두 독립법인으로 나뉘면 행정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신규 임대주택의 인수가격 산정이나 자산 이전 기준을 놓고 법인간 협상이 지연될 경우 오히려 행정적 병목 현상이 발생해 공급이 늦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개편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173조7000억원에 달하는 LH의 막대한 부채를 과연 두 기관이 나누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체 부채 가운데 약 100조원 이상이 만성 적자 구조인 임대주택 관련 부채로 추정된다.
개편안대로라면 개발공사는 수익이 나는 알짜 개발 사업을 맡아 재무 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반면 자산공사는 수익원 없이 적자 부채와 임대 관리 부담만 전담하는 구조가 된다. 임대주택 1가구당 정부 지원 단가 부족분(약 1.5억원)을 차입으로 메우는 현 구조상 자산공사는 시작부터 심각한 재무 불안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개발공사의 이익을 기금을 거쳐 자산공사에 보전해 준다는 전략 역시 부동산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부동산시장 침체 시 개발이익이 감소하면 자산공사 지원 재원이 고갈되지만, 경기가 나쁠수록 임대주택 수요는 늘어나는 역설이 발생한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분리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관의 업무 성격상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합친 것인데, 다시 분리한다는 것에는 명분이 적다”며 “한 기관에서 하던 업무를 두 기관이 나눠서 하면 공급 속도는 무조건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부채 해결도 의문이다”며 “한 쪽 기관으로 부채를 몰아놓고 다른 한 기관을 살린다고 해도, 그 부채 역시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에 궁극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LH 개혁의 성패는 개발공사에 배분할 자본금 비율과 개발이익의 정교한 재투자 설계, 자산공사의 만성 적자를 보전할 정부 재정의 직접 투입 방안이 세부 개혁안에 얼마나 실효성있게 반영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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