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초고층 기술 경쟁…초기 비용 및 수익성이 관건
[도시경제채널 = 유덕부 기자] 건물 외벽과 배관 등 주요 구조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 차세대 주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물량 공급 방안과 특별법 제정 추진에 힘입어 건설사는 물론 주요 가전기업까지 뛰어들며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라 2027~2030년 공공 모듈러 주택 발주 계획은 기존 1만2000가구에서 2만가구로 67% 확대돼 연평균 발주량 역시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대폭 늘어난다.
기술 검증을 위한 고층화 실증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의왕초평 A-4블록’(22층·381가구)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하남교산 A-1블록’(25층·400가구)을 모듈러 공법으로 조성한다.
정부는 대량생산 체제 구축과 단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가구당 약 7000만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의 절반을 재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GS건설은 단독주택 모듈러 자회사 자이가이스트와 PC 전문 자회사 GPC를 통해 스틸 및 PC 공법 기술을 독자 확보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와 ‘모듈러 엘리베이터’ 공동개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말 경기도 시흥거모 A1블록에 국내 스틸 모듈러 최고층인 14층 아파트 착공에 들어간다.
삼성물산은 전담 팀을 구축해 사업화를 진행 중이고, DL이앤씨는 40여건의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도 용인에 13층 모듈러 공동주택을 성공적으로 완공해 기존 12층 한계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기술을 접목한 모듈러 주택을 선보이며 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문 건축업체가 기초 시공을 맡고 가전 기업이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기반 AI 가전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과 자동화를 극대화했다. 현장 공사기간도 최대 80% 단축해 계약 후 수 주 내 입주가 가능하다.
LG전자는 LG 씽큐(ThinQ) 플랫폼, 고효율 히트펌프, 태양광 패널을 탑재한 일체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이며 홈쇼핑 판매와 매장 전시를 통해 일반 소비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다만, 시장 안착까지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포스코A&C가 모듈러 사업 부문을 전문업체(유창이앤씨)에 넘긴 사례처럼 높은 초기 공장 투자비와 지속적인 발주 물량 확보의 어려움, 수익성 한계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철근 콘크리트 공법 대비 현장 공기 30~80% 단축, 균일한 품질, 안전사고 및 층간소음 감소라는 명확한 장점이 있지만, 순수 제작비 이외 토지 매입비·인허가비 등이 별도로 들고 초기 공사비가 일반 공법보다 30%가량 비싸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제도적 기반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 2건이 발의되어 심의 중이다. 특히 김종양 의원 대표발의안은 규제 완화와 맞춤형 발주 정비 외에 대형 건설사 편중을 막고 지방 중소 건설업체 및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지역 중소기업 상생’을 명시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모듈러 주택은 조기 착공 및 조기 입주라는 정부 정책 취지에 부합하며,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로 시장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현장 무리 시공보다 공장에서 안전하게 생산해 조립하는 방식이 안전 우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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